홍콩에서는 정치색이 강한 책 등을 다루는 독립 서점을 ‘얼러우(二樓·2층) 서점’이라고 부른다.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금서(禁書)로 분류된 책이 홍콩에서 유통됐다. 얼러우 서점은 금서를 팔던 작은 서점들이 주로 건물 2층 이상에서 몰래 영업한 데서 유래했다. 최근 중국 당국이 홍콩 서점을 반중(反中) ‘불온서적’을 퍼뜨리는 소굴로 보고 유통망을 점령했다. 중국 정부기관인 홍콩특별행정구 연락판공실은 홍콩 내 대형서점 체인을 포함해 서점 53곳과 출판사 30곳을 거느린 홍콩 연합출판집단의 소유권을 확보했다.
▷홍콩판 분서갱유(焚書坑儒)에는 전조가 있었다. 2015년 일명 ‘서점 관계자 실종 미스터리’다. ‘시진핑의 연인들’ ‘시진핑 20년 집권의 꿈’ 등 중국 당국이 껄끄러워할 책을 팔던 얼러우 서점 ‘퉁뤄완(銅(나,라)灣)’의 점장과 직원 등 5명이 차례로 실종된 사건이다. 이들은 중국 공안에 끌려가 조사를 받은 것으로 후일 드러났다.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당시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원칙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사회주의 중국과 자본주의 홍콩의 동거는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중국의 경제가 급부상하며 위기에 직면했다. 홍콩에서는 언론, 출판, 표현의 자유는 물론이고 자본주의 시스템에 역행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이후 “근대화에 뒤처져 서구 열강에 영토마저 떼 줘야 했던 고난을 극복하고 중국몽(夢)을 실현할 때”라는 명분으로 간섭과 통제를 노골화하고 있다.
▷비단 홍콩에서만이 아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사가 운영하는 중국학 권위지 ‘차이나 쿼털리’는 지난해 8월 중국의 압박으로 웹사이트에서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을 다룬 논문 300여 편을 삭제했다. 세계 각국 학자들의 청원에 결국 되살아났지만, 이는 중국 학계에 대한 이념 옥죄기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줬다. 갈수록 강화되는 중국의 국가 통제는 경제적 발전이 민주화와 정치적 자유를 불러올 것이라는 그간의 통념에 의문을 던진다.
홍수영 논설위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