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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55〉자기 감정에 자신감 갖게 해야 타인도 이해

입력 | 2018-06-06 03:00:00

아이와 마음이 잘 통하려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부모들은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사회성이 좋으며, 감정 조절을 잘하는 사람으로 되었으면 한다. 어떻게 키워야 할까? 할 이야기가 정말 많지만, 그중 딱 한 가지만 꼽으면 아이와 아이의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부모의 태도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감정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계를 잘 맺어 나가는 사회적 능력을 갖추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뭐든 묻기만 하면 “몰라”라고 답하는 아이에게 과연 감정을 물을 수 있을까? 그러려면 첫째, 아이의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행동을 잘 관찰하면, 아이가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는 감정과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말없이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서 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면, 이는 화가 났다는 표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럴 때 성급하게 문을 쾅 닫고 들어간 행동에 대해서 먼저 훈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에게 버릇없이 행동하냐’는 말을 하는 순간 아이와 마음의 대화는 하기 어려워진다.

둘째, 아이의 감정과 기분을 이해했다면 아이에게 직접 기분을 묻는다.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것은, 학교생활이나 친구와의 관계, 또 다른 가족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찾아내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직접적으로 물어서는 안 된다. 누구든 자신을 불편하게 하고 괴롭혔던 것들에 대해서 선뜻 말하는 것은 힘들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세 살짜리 아이가 갑자기 마룻바닥에 인형을 집어 던지고 엄마에게 안겼다고 하자. 엄마가 “너 화났니?”라고 물어볼 수 있다. 이 말에 바로 솔직하게 대답을 하는 아이도 있지만, 많은 아이들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럴 때는 “속상하니?”라고 묻는 것이 대답하는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다. 동생이 미운 아이에게도 “너 동생 싫지? 밉지?”보다 “동생이 미울 때도 있니?”라고 물어주는 것이 좋다. 조금은 편하게 마음을 말할 수 있다.

셋째,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기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감정을 나타내는 다양한 말을 나열하여 그중에 아이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기분 상태와 같다고 생각되는 표현을 고르게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기분이나 감정을 규명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넷째, 아이의 말을 잘 듣는다. 아이의 감정 상태가 규명된 다음에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고 잘 듣는다. 아이가 이야기하는 것을 중간에 자르거나 가로막지 말고, 아이의 감정을 유발시킨 사건에 대해서 잘 들어 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하고 그것에 대해서 매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면, 자신의 감정 상태나 그렇게 된 상황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다섯째,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가 자신이 왜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되었는지 이유를 설명한 후에는 잠시 시간적 여유를 가진다. 그런 다음 아이가 경험했던 것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이때 아이가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기분을 가지게 된 것이 아이 스스로 바보 같다고 느끼지 않도록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 또한 아이가 좋지 않은 감정 상태였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좀 더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도 이야기를 나눈다.

여섯째,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르다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쳐준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아이에게 주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이와의 대화의 기본이자 원칙은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것이다. 아이의 감정 상태를 충분히 듣고 공감해 주고, 그렇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인정해 준 다음에 타인에 대한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준다. 아이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들을 배우게 된다.

일곱째, 자신의 감정에 자신감을 가지도록 돕는다. 감정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 아이는 살아가면서 감정을 좀 더 잘 조절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잘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아이와 부모 간에 이러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게 되면, 아이의 자존감은 높아지고,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부모가 얼마나 수용해 주고 인정해 주고 있는지도 인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부모에게 자신의 일상을 말하고 싶은 마음도 커지게 될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