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코리아 2018, 국내로 떠나요]<9> 전국 90여곳 운영 어촌체험마을
2일 경남 거제시 다대어촌체험마을 주변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조개 잡기 등 갯벌 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어촌어항협회 제공
저 멀리서 동생을 부르는 언니 민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릎까지 차오른 바닷물과 질퍽한 갯벌을 한달음에 건너온 다섯 살 소녀는 동생을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두 손을 펼쳤다. 작은 고사리손 안에 하얀 조개껍데기와 푸른색 해초가 제법 담겨 있었다. 파닥거리는 물고기는커녕 손톱만 한 게 한 마리조차 없었지만 민아는 마치 대어라도 낚은 듯 신난 표정으로 동생에게 직접 잡은(?) 것들을 하나씩 보여줬다. 세 살 예나는 조개껍데기가 신기한지 천천히 언니의 손 안을 살폈다. 갯벌 한쪽에 민아의 수확물이 쌓이고 쌓여 ‘해산물 창고’가 생겼다. 언니의 ‘바다 사냥’을 넋 놓고 지켜보던 예나는 갯벌이 완전히 드러나자 허리를 숙여 조개껍데기를 줍기 시작했다. 자매는 그렇게 한참 동안 물 빠진 해변을 뛰어다니며 온 몸으로 바다를 만끽했다.
주말이던 2일 경남 거제시 다대어촌체험마을에는 민아와 예나처럼 얕은 바다 밑을 살피며 손낚시에 빠진 아이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 바닷물로 가득 찼던 해변은 오전 10시가 넘어서면서 서서히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곳 체험마을은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한국어촌어항협회에서 도시민의 바다 체험과 어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테마마을이다. 6월 현재 전국에 어촌체험마을 9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날 마을은 개막이, 갯벌 체험 등 바다 체험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가족 단위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두 아이와 함께 다대마을을 찾은 조미정 씨(34)는 “아이가 직접 물고기를 손으로 만지고 갯벌을 뛰어다닌 것은 처음”이라며 “아이들이 자연 그대로를 체험할 수 있고 주변 관광지도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개막이 체험 때 아빠의 도움으로 물고기를 잡은 다섯 살 윤우는 체험이 끝난 후에도 물고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한참을 이리저리 살폈다.
바다 체험을 위해 외지 사람들이 마을을 찾으면서 침체됐던 마을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김상진 다대어촌계 계장은 “마을 주민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고 소득도 매년 감소해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체험마을 운영 소득은 물론이고 체험객들이 인근 식당에서 소비를 하면서 마을 전체 소득이 늘었다”고 했다. 체험 프로그램 식사 준비나 숙소 관리 등에도 마을 주민들이 참여해 고용 창출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준영 한국어촌어항협회 바다마케팅팀 과장은 “바다와 떨어져 사는 도시민들이 바다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곳곳에 체험마을을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어촌관광 활성화와 소득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거제=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