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세계일류 인정받은 제주 광어… 스마트양식으로 10개국에 수출

입력 | 2018-06-07 03:00:00

[바다가 미래다]<1> 친환경 고품질 생산 제주어류양식수협




제주시 애월읍 양어장에서 작업자들이 다 자란 광어를 출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광어는 전량 미국으로 수출한다. 제주어류양식수협은 이 같은 건강한 광어를 북한에 보내고 양식 기술도 전수할 꿈에 부풀어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바다가 미래다. 해양수산에 미래가 달렸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제주에서 양식하는 광어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로 수출된다. 정보기술(IT)과 결합한 스마트팜은 점점 영토를 넓혀 가고 있다. 먹거리뿐만 아니다. 레저와 관광도 바다에서 화룡점정이 된다. 바다는 남북 교류의 새로운 출발점일 수도 있다. 불어오는 평화의 기운을 담아 동아일보와 채널A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15∼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2018 Sea Farm Show―해양수산·양식·식품박람회’를 연다. 3회 시리즈를 시작한다. 박람회를 미리 들여다본다.》




5일 오전 제주 제주시 애월읍 애월항 인근 형원수산. 특수 천막으로 햇빛을 가린 양어장 수조에서 무게 1.5kg 안팎의 광어가 팔딱거리며 수송차량에 담겼다. 몸이 어른 얼굴을 덮고도 남을 정도다. 고등어 청어 등을 갈아 먹이며 14개월 길러냈다. 이날 출하한 광어는 모두 미국 등 수출용으로 총 1000kg이 넘는다. 김두삼 대표(67)는 “매일 수조를 돌며 정성스럽게 길렀다. 건강하고 육질이 탱탱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엄지 척’ 할 만하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제주어류양식수협은 광어와 양식기술을 북한 주민에게 전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남북관계의 진전 조짐으로 교류도 확대될 분위기에서 내놓는 제안이다. 한용선 제주어류양식수협 조합장은 “북한 주민에게 광어 양식 기술을 알려주면 건강은 물론 소득 창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3년 전부터 생각했다. 최근에 구체적인 사업계획까지 세웠다”고 말했다.

○ ICT 접목 스마트 양식에 박차

정부는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안에 들고 수출 5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하는 세계일류상품을 지정한다. 제주광어는 높은 기술력과 수출 증대 및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5년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회와 초밥의 나라 일본 광어시장에서도 제주광어가 50% 이상을 차지하며 일본산보다 더 비싸게 팔린다. 제주광어는 현재 미국을 비롯해 약 10개국에 수출한다. 국내 양식광어 수출량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광어는 고단백, 저지방, 저칼로리여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먹을 수 있으며 효능도 다양하다. 단백질, 칼슘, 타우린 성분은 참치보다 월등히 많으면서 지방은 적다.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억제하는 헥타이드 성분도 뱀장어 고등어보다 많다. 콜라겐 성분도 많아 피부 미용이나 세포 재생에 좋다.

제주광어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한 스마트 양식으로도 길러진다. ‘고품질 수산양식 자율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양식장이 늘고 있다. 국내 많은 양식장은 물고기 수를 비롯해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출하된 물고기는 어느 정도인지를 여전히 손으로 기록한다. 이에 비해 진일보한 스마트 양식장으로 진화하면서 생산 효율이 높아졌다.

스마트 양식 확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해양수산부 친환경 양식어업육성사업에 스마트 양식장 3곳이 선정돼 국비 2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무병(無病) 종자를 생산해 폐사(斃死)하는 광어를 줄이는 ‘청정 SPF광어종자생산 스마트 양식시설’ 1곳과 건강한 광어 양식과 새 품종 육성을 위한 ‘친환경 스마트 육상양식 시스템 시설’ 2곳이다.

○ 제주와 윈윈 교류협력 가능

광어 전수사업이 성사된다면 북한에는 길이 10cm 안팎의 종자 20만 마리, 알 낳는 어미 1t, 중간 육성용 3t, 시식용 1t 등을 보낼 생각이다. 광어에 공급할 배합사료 20t과 소독제, 영양제도 함께 지원할 방침이다. 광어양식 기술자 2명이 북한에 체류하며 기술을 가르친다.

오동훈 제주어류양식수협 상무는 “5t짜리 활어수송차량 12대에 나눠 전남 목포까지 해상운송한 뒤 육상으로 북한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비용은 자체 예산과 관계기관 지원을 합쳐 3억3500만 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력난이다. 바닷물을 끌어올려 수조에 순환시키려면 상당한 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 전력공급 사정으로는 쉽지 않다.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바닷물을 내륙에 가둬 어린 광어를 키운 뒤 해상가두리 양어장으로 옮겨 출하할 때까지 기르는 축조식 양어장 활용법을 구상하고 있다.

북한에서 광어 양식이 성공한다면 어종을 다양화할 수 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유럽산 가자미의 일종인 고급 횟감 터봇(turbot) 양식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제주에서 돌광어, 찰광어로 불리는 터봇은 수출도 노려볼 수 있다. 또 수온이 낮아야 양식할 수 있는 연어는 주력 양식어종이 될 만하다. 국내 수요가 많아 대부분 북유럽 등지에서 수입하는 연어 물량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이 밖에도 도다리, 참조기 등 양식기술을 모두 전수하겠다는 생각이다.

북한에서 양식한 물고기는 판로도 많다. 북-미 정상회담이 좋은 성과를 낳아 북한이 문호를 개방한다면 관광객이 증가할 텐데 이들에게 북한산 양식수산물을 판매할 길이 열린다. 물량이 달리면 제주광어 등을 보내 ‘남북공동 수산물시장’을 조성할 수도 있다. 북한산 고급 양식어종 수출을 제주어류양식수협이 맡을 수도 있다. 수협의 유통망과 마케팅 노하우도 제공할 수 있다. 국내외 유통은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활어 운송 기술이 뒷받침한다.

양식기술 전수가 성사되려면 과제가 많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 대북제재가 어느 정도 해제되는 게 우선이다. 이어 북한 측이 지원을 받겠다고 밝혀야 한다. 북한 측 승인을 얻으려면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신청을 해야 한다. 제주어류양식수협이 직접 지원하려면 통일부에 대북지원단체 지정을 받아야 한다.

김광익 제주어류양식수협 상임이사는 “대북지원단체가 지정되기 전이라도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를 거쳐 지원사업을 신청한 뒤 허가가 나면 11월이라도 시행할 수 있다”며 “만약 이뤄진다면 수산분야 남북교류에서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제주어류양식수협=1995년 제주지역 청정해역에서 양식하는 어업인들이 설립한 업종별 수협이다. 조합원은 양식업, 종묘생산업 등을 하는 약 420명이다. 양식어업생산 지원, 조사연구, 품질관리, 상호금융, 공제사업 등을 하고 있다. 생사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냉동보관창고를 운영한다. 2013년 자회사 제주수협유통을 설립해 지난해 수출액 133억9100만 원을 올렸다. 조합원이 생산한 광어는 지난해 말 기준 2만2406t, 3040억 원 규모다. 2920t은 수출했다. 광어 가공 및 유통센터, 수산물 수출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