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들 ‘청년 주거 공약’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씨(28·여)는 11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 3년간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했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김 씨는 “직장을 고려해 서울 변두리를 알아보는데 30m² 빌라 전세가 2억 원대다. 숨이 막힌다”며 “학자금 갚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대출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청년의 주거환경은 심각하다. 국토교통부 ‘2017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34세 이하 청년 가구는 일반 가구에 비해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 △전월세 중 월세 비중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부담 모두 높았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40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에게 시세의 60∼80%로 역세권 주택을 임대하는 사업이다. 앞서 박 후보는 올 4월 2022년까지 신혼부부용 주택 8만5000호 공급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 후보 측은 “그동안 시에서 펼쳐 온 정책을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출산 및 신혼부부를 우대하는 임대주택 5만 호 및 청년임대주택 5만 호(대학생 기숙사 1만 호+청년 1인 가구 4만 호) 공급을 청년주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 측은 “대학생 기숙사 건립을 놓고 학생과 학교 주변 임대주택 건물주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만큼 시가 대학 기숙사 건립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시유지 및 SH서울주택도시공사 소유 부지를 활용해 청년 공공임대주택 건립 △금융기관 및 신용보증기금과 연계한 청년층 ‘보증금 프리제도’ 도입 △청년 기숙형 취업준비센터 건립 등을 내세웠다. 안 후보 측은 보증금 프리제도에 대해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급한 보증서로 청년에게 세를 놓은 임대인이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 청년 보증금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공약에 대해 일각에서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지만 실현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아름다운 청년선거단’은 7일 이 세 후보 공약의 청년주거정책에 대한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박 후보 공약에 대해서는 “기존 청년 주거·일자리 정책에 정치 참여와 예술분야 공약을 내세운 것이 눈에 띄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과 재원 마련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 공약에 대해서는 “서울시 현재 청년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분석한 것은 좋았지만 기존에 제시된 청년정책과 큰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김 후보 공약에 대해서는 “역시 재원 조달 방식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경실련 조성훈 정치사법팀 간사는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예윤 yeah@donga.com·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