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정상회담 D-4]서훈 원장 취임 1년… 비중 커진 국정원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됐다가 극적으로 부활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자 백악관-청와대의 국가안보회의(NSC) 라인 못지않게 국정원-CIA 라인에 의존하는 빈도가 잦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남북 정상회담을 타진하기 위해 김영철과 긴급 접촉에 나선 것도 서 원장이다. 한 관계자는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으로 이동해 회담을 주도하는 데다 비상 상황에는 아무래도 정보라인 말을 자주 들을 수밖에 없다. 북-미 간 비핵화 실무 조율도 국정원이 1차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최근 “국정원은 필요하면 언제든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서 원장도 횟수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북-미 상황을 보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당초 지난해 취임 후에는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를 폐지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1년 전 서 원장이 친정으로 9년 만에 돌아왔을 때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국정원 댓글 사건, 국내 정치파트 폐지 등 주로 적폐청산 이슈의 한복판에 있었다. 서 원장이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핵심 멤버인 데다 북한이 지난해 말까지 연쇄 핵·미사일 도발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국정원의 대북 정보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정부 안팎에선 대북 이슈 외에 관련성과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3월 26일 서아프리카 기니만 해역에서 참치잡이에 나섰다가 나이지리아 해적에게 피랍됐던 ‘마린 711’호 선원 3명이 32일 만에 석방된 게 대표적이다. 당시 해적으로부터 몸값을 요구하는 위성전화가 오자 국정원의 해외공작 파트가 여러 채널을 통해 해적 두목과 부두목의 신원을 파악했고, 해외 정보기관과 공조해 해적들이 은신 중인 마을 유력인사까지 접촉한 끝에 석방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최근엔 정부 고위인사 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해외 조직의 해킹 시도를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