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D-4]지방선거 출마자 38.1% 전과기록… 해명방식 각양각색
4016명의 지역일꾼을 뽑는 6·13지방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북-미 정상회담에 가려 관심이 적지만 개인의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다. 자치단체장뿐 아니라 광역·시군 의원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8일 본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9317명 중 3555명(38.1%)이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처벌을 받은 범죄 기록을 갖고 있었다. 2016년 기준 15세 이상 한국인의 전과 비율(26.1%)보다 높다. 강원 지역의 한 후보자는 15개의 전과를 갖고 있었다. 전과가 있으면 후보자들은 소명을 남긴다. 내용에 특별한 양식이나 기준은 없다. 후보자들은 각양각색의 소명을 내놓으며 자신의 범죄를 해명했다. 후보자들의 소명을 분석하니 △당당 △읍소 △책임 전가 △무(無)소명의 4개 유형으로 분류됐다.
○ 폭행죄를 ‘젊은 시절 혈기’로 미화
전남 지역의 또 다른 시의원 후보 B 씨는 2009년 공연음란죄로 처벌을 받았다. B 후보는 “의무경찰 복무 대기를 하던 중 군사정권 운동 등으로 척추골 골절 압박 사고가 나 극심한 후유증과 스트레스로 업무 중 과음을 했고 공원에서 수면을 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범죄 전력에 구구절절 사연을 설명하는 ‘읍소형’ 후보자도 있었다. 충북 지역의 시의원 후보 C 씨는 공익건조물파괴죄로 2016년 벌금 300만 원을 냈다. 그는 글자 수가 428자에 달하는 ‘장문’의 소명을 남겼다. C 씨는 “지역주민의 민원을 손수 해결하려는 의지와 열정이 앞서다 보니 오류를 범했다. 큰 가르침의 시간을 갖게 되는 기회가 됐다”고 해명했다. 경북 지역의 한 시의원 후보는 자신의 폭행 전과에 대해 “형님 사업을 돕는 중 발생한 일이다. 오랫동안 뉘우치고 반성했다. 봉사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 떠넘기기에 모르쇠까지
처벌까지 받고도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후보자도 여럿이었다. 기업체 대표나 자영업자 출신 후보들은 주로 직원 탓을 많이 했다. 전남의 한 시의원 후보자 D 씨는 2001년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죄(절도)로 벌금 200만 원의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D 후보는 “카센터 운영 중 직원의 과실로 보관 중인 물건이 적발됐다”며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취지의 소명을 했다.
수차례 범죄에도 불구하고 아예 소명을 내놓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범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무면허운전이나 음주운전의 경우 ‘모르쇠’로 일관하는 후보가 많았다.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 중 전과 15범으로 가장 많은 처벌을 받은 강원 지역 시의원 후보 F 씨. 그는 음주운전으로만 3차례 처벌을 받았다. 폭행과 상해 같은 전과도 8건에 달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소명을 하지 않았다. 2012년 한 해에만 5건의 범죄로 처벌을 받은 강원 지역의 또 다른 시의원 후보 G 씨도 마찬가지. 그는 무면허운전만 3차례다. G 씨는 소명을 하지 않았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김정훈·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