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이끄는 사람들]SK그룹 <下> 계열사 최고경영진
올해 4월 최태원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SK그룹 최고경영진이 인천 서구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을 방문해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임직원들을 격려한 뒤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SK그룹 제공
○ ‘글로벌’로 변화를 선도한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를 이끌고 있는 장동현 대표이사 사장은 평소 “지주회사가 배당 등에만 안주해선 안 되고 국내외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해 기업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SK㈜는 바이오 및 제약, 글로벌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을 육성하고, 해외 고수익 사업에 지분 투자도 하는 ‘글로벌 투자전문 지주회사’로 변신했다.
현재 SK㈜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판매허가 신청 단계에까지 갔다. 신약 판매가 허용되면 미국에서만 1조 원 이상의 연간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SK㈜는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장 사장의 진두지휘로 인수한 아일랜드 원료의약품 생산시설과 반도체 소재 기업인 SK실트론(옛 LG실트론)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에는 동남아시아 1위 차량 공유업체인 싱가포르 ‘그랩(Grab)’에도 투자를 했다.
조 부회장은 SK에너지와 SK텔레콤 등 여러 계열사를 거친 재무통이다. 2011년 SK건설 경영지원담당 사장으로 부임해 적자였던 회사를 흑자로 바꿔 놓았다. 그뿐만 아니다. 재무 전문가답게 SK건설을 단순히 시공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금융을 조달하는 한편 종합적인 사업 일정 관리도 하는 글로벌 디벨로퍼로 변신시켰다.
김철 SK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2014년 대표 취임 후 ‘글로벌 리딩 컴퍼니’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친환경 소재에 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세계 1위 업체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SK케미칼이 생산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소재인 PETG는 김 사장 취임 후 매출이 150% 이상 늘었다. 김 사장은 SK디스커버리 대표도 맡고 있다.
SK케미칼의 또 다른 대표이사인 박만훈 사장은 ‘글로벌 리딩 생명과학 컴퍼니’를 추구한다. 분자바이러스학 박사인 박 사장은 2008년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 바이오실장으로 입사해 2015년부터 라이프 사이언스 비즈니스 부문을 이끌고 있다. 2015년 국내 최초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2016년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2017년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백신 개발 등이 모두 박 사장의 작품이다.
○ 전문성으로 승부한다
이완재 SKC 대표이사 사장은 SK그룹에서 손꼽히는 ‘전략통’이다. SK에너지, SK㈜, SK E&S 등을 거치며 에너지와 화학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2016년 사장 취임 이후 소재 중심 기업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며 현장경영을 늘 강조한다.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은 SK텔레콤 자금팀장과 SK㈜ 재무실장을 지낸 ‘재무통’. SK에너지의 기업 가치를 높일 적임자로 평가받아 올해 초 사장으로 부임했다. SK에너지 주유소를 공유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등 그룹의 공유 인프라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김형건 SK종합화학 대표이사 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기획 및 재무 부서를 두루 거쳤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초대 대표를 맡기도 했다. 수시로 지역 현장과 파트너 업체를 방문하는 등 ‘직접 소통’과 ‘직접 체험’을 중시한다.
이재훈 SK가스 대표이사 사장은 1987년 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SK㈜에 입사해 글로벌사업 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SK가스 트레이딩본부장을 시작으로 최고운영책임자(COO),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지냈다.
○ ‘구원 투수’ CEO
SK브로드밴드 대표와 SK텔레콤 서비스부문장을 거친 이인찬 SK플래닛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말 부임했다. 평소 강조하는 것은 ‘고객 가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눈높이에서 고객의 경험을 관리하고 개선하면서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를 내년에 흑자 전환시키는 게 이 사장의 지상목표다.
SK텔레콤 사업 총괄을 지낸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은 국내 통신 및 미디어 시장에서 대표적인 전략가로 통한다. 지난해부터 사장을 맡아 고객 서비스 자회사 홈앤서비스와 T커머스 전문 자회사 SK스토아를 성공적으로 분사시켰다.
장용호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은 2016년 SK그룹으로 편입된 회사를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정 개선, 원가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기존 제품의 세계 1위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소재 분야 신규 아이템 발굴을 통해 ‘글로벌 소재 종합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임직원에게는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적인 사고로 팀워크를 발휘하는 ‘일하는 자세의 혁신’을 강조한다.
▼최신원 패기 리더십, 최재원 신사업 발굴, 최창원 사업구조 혁신▼
경영 참여 오너 일가 3인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회장은 SK그룹 안팎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과감한 사업 재편 능력, 패기의 리더십 등을 고루 갖춘 뛰어난 경영자로 불린다. 1998년 SK유통(현 SK네트웍스) 부회장으로 취임해 식품 및 컴퓨터 유통 위주였던 SK유통에 정보통신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발굴했다. 2008년 SKC 회장 시절에는 노조로부터 ‘항구적 무분규 선언’을 이끌어 내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2016년 3월 SK네트웍스 회장으로 선임된 후에는 ‘모빌리티’와 ‘홈케어’를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했다. 그 대신 패션, 액화석유가스(LPG), 에너지마케팅 도매 사업을 매각하는 결단력을 보이기도 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대학에서는 물리학, 대학원에서는 재료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이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SK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 및 연구개발(R&D)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경영학석사(MBA) 과정도 밟아 기획력과 재무분석 능력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00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할 때엔 자금 조달 업무를 주도하기도 했다. SK E&S 대표 시절 차이나 가스 홀딩스를 통해 진출한 중국 도시가스 사업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이라크 전문가로도 통한다. 2007년 말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족 자치구역인 바지안에서 유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SK에너지에 유전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경우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엔 치안이 불안해 이라크 방문이 자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최 수석부회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를 방문해 정부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고, 현지 정유시설 등을 방문하며 사태 해결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이라크 정부로부터 신뢰를 받았고, 원유는 계속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및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 에너지·화학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기획 및 추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다보스포럼 등 국제 행사 등에 참석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은 선경그룹(현 SK그룹) 경영기획실을 시작으로 SK케미칼,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워커힐, SK건설 등 주요 계열사에서 재무와 기획 업무를 맡았다. 현재 SK디스커버리와 SK가스 대표이사 부회장 외에 SK와이번즈 구단주, SK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폴리에스테르 등 섬유 중심이던 SK케미칼의 사업 구조를 코폴리에스테르 등 고부가 친환경 화학소재와 프리미엄 백신으로 바꿔 놨다. 특히 2011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국내 최대 백신공장인 ‘안동 L-HOUSE’는 백신 개발과 공장 건설을 동시에 진행해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백신 개발과 생산 과정을 6년으로 단축시켰다.
SK가스에서도 기존 LPG 사업 영역을 화학 분야로 확장함으로써 LPG의 수요 확대와 수익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SK디스커버리 설립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켰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