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열대성 저기압 7500건 분석
한반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태풍 피해 취약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임스 코신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국가환경정보센터 연구원은 1949∼2016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발생한 태풍과 사이클론, 허리케인 등 ‘열대성 저기압’ 7585건의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수집한 뒤 분석해 학술지 ‘네이처’ 6일자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전 세계 열대성 저기압의 이동 속도는 68년 사이에 10%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국 등 동아시아의 태풍은 속도가 30%로 평균보다 훨씬 더 급격히 느려졌다. 북아메리카 서부의 허리케인(20%)이나 호주의 사이클론(19%)보다도 변화 폭이 크다. 코신 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태평양 북쪽 지역은 태풍의 이동 속도가 가장 느려진 지역”이라며 “강우 지속 시간이 늘어 강우량이 많아지고 파도, 바람에 의한 피해도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풍의 이동 경로도 한반도에 불리해졌다. 코신 연구원은 1980∼2013년 사이 전 세계에서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의 이동 경로와 강도를 분석해 2014년 5월 ‘네이처’와 2016년 8월 ‘미국기상학회지’에 각각 발표했다. 그 결과 열대성 저기압이 가장 강해지는 지역이 매년 5.3∼6.2km씩 북쪽(북반구) 또는 남쪽(남반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 변화를 직접적으로 겪는 곳이 한반도 부근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