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까talk]정보 과잉 시대의 명암
현대인들은 침대에서도 스마트폰의 정보 홍수에 빠져 허덕이곤 한다. 일러스트=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직장인 김진성 씨(34)는 요즘 틈날 때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털 사이트, 동영상 서비스 검색창에 ‘TMI’란 단어를 쳐 넣는다. 요즘 유행하는 TMI. 이것은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뜻한다. 얼핏 들으면 부정적 이미지이지만 ‘사족’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용된다.
김 씨는 유명인 중 문득 더 알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관련 TMI를 검색한다. ‘김정은 TMI’ ‘아이린 TMI’ 등이다. 그는 “혈액형이나 습관부터 방송에 나와서 했던 사소한 행동까지 시시콜콜한 정보들을 볼 수 있어 잔재미가 있다”고 했다. 스스로 TMI란 말을 쓰기도 한다. 궁금하지 않은 장광설을 대화 상대가 늘어놓을 때다. “‘야, 그거 TMI다. TMI’라고 웃으면서 지적하면 상대도 나도 얼굴 붉히지 않고 핵심 대화로 넘어가게 돼 꽤 유용합니다.”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위), ‘워너원’의 강다니엘(아래)에 관한 TMI를 공유한 트위터 게시물들. 트위터 화면 캡처
○ 새로운 놀이 문화, TMI
TMI는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측면을 함께 지녔다. 최근 인터넷과 SNS를 수놓는 TMI 관련 놀이 문화와 마케팅은 비교적 긍정적인 측면이다. ‘김정은의 주량은 와인 10병’ ‘문재인의 키는 172cm’ 같은 시시껄렁한 정보를 발굴해 공유하는 TMI는 팬덤과 트위터 문화를 통해 융성했다. 트위터에서는 ‘강다니엘 tmi봇’ ‘아스트로 쓸데없는정보봇’ 등 수십 개의 연예인 관련 ‘tmi봇’ 계정이 활약 중이다. 이들은 ‘강다니엘 고기 취향은 소고기 레어’ ‘아스트로 차은우는 손하트를 만들면 새끼손가락이 닿지 않는다’ 등 TV나 웹에서 모은 자잘한 팩트들을 잇달아 게시하고 있다. 일종의 만물 정보 아카이브다.
이진영 포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기획사에서는 연예인에 관한 간략하고 중요한 정보를 반복해 배포함으로써 특정한 브랜드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팬들은 그 반작용으로 모든 것을 알고 싶다는 마음에 자체 콘텐츠 격인 TMI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TMI가 팬덤 확산의 열쇠로 순기능하자 기획사의 흐름도 바뀌었다. TMI 양산을 위한 이른바 떡밥을 콘텐츠에 삽입하는 추세다. 아이돌 그룹 갓세븐은 아예 엠넷에서 운영하는 M2 채널을 통해 ‘아이돌리티-갓세븐의 TMI 연구소’란 웹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SNS 실시간 소통 역시 일종의 자체 제작 TMI로 팬 문화를 활성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정보 과잉 시대의 징후, TMI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정보 선별과 시간 관리의 중요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진 점에 주목한다. 차 평론가는 “SNS의 ‘타임라인’이란 말이 보여주듯 체험과 모험에 긴 시간을 들이기보다 핵심 정보를 빠른 시간에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 여기서 TMI를 둘러싼 양극단의 문화가 나왔다”면서 “핵심 외에 다른 것은 시간 관리의 독소이지만, 특정 콘텐츠의 팬들이 시시콜콜한 정보를 원한다면 그 역시 여과 없이 널린 것이 SNS와 인터넷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희윤 imi@donga.com·박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