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주 52시간 근무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어제 주요 쟁점을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영업사원의 거래처 저녁식사 접대도 상사가 지시해 법인카드로 결제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반면 상사가 강권했더라도 회식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이드라인에 적시된 사례들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부각돼 논란이 예상된다.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례를 발굴할 필요까지 생겼다”는 것이 기업의 목소리다. 고용부는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를 따져 사례별로 판단하라”고 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출장 이동시간, 출입국 수속시간 등이 얼마나 근로시간에 포함될지는 노사가 서면합의하라는 식이다. 결국 문제가 될 부분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쟁점에 정부가 일일이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기업이 규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코앞에 두고 발표한 가이드라인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탄력적 시간근로제 등 유연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업종별 특수 상황을 반영한 사례는 이날 발표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과연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현장이 무엇을 절실히 원하는지 제대로 들어는 봤는지 의심이 든다. 늦어도 너무 늦게 만들었으면서 내용마저 부실하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제도 시행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실태 조사를 지시한 것부터가 늦장 대응이다.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통과된 것이 2월이다. 국민이 정부 ‘졸속 행정’의 실험 대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