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늘 싱가포르의 ‘평화와 고요’의 섬 센토사에서 역사적 대좌를 한다. 북-미는 어제까지 실무 의제협상을 이어가는 등 막판까지 다각적 접촉을 통해 합의문 초안을 조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 “아주 흥미로운 회담을 하게 된다. 아주 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정은은 저녁 늦게 숙소를 나와 싱가포르 시내 관광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북-미 정상은 한국 시간으로 오늘 오전 10시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다. 수십 년간 군사적 이념적 대결을 벌인 적성 국가의 두 정상 간 만남 자체가 큰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에 만족하기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구상 유일하게 남아 있는 냉전지대를 녹이는 해빙(解氷)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두 정상은 곧바로 통역만 대동한 채 일대일 담판에 들어간다. 정상회담은 하루 일정으로 마친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핵심은 비핵화 시간표다. 핵 폐기 이행에 따라 6·25 종전선언과 불가침·평화협정, 북-미 수교로 이어지는 보상도 시작된다. 미국은 ‘더 크고 더 빠른’ 비핵화를 원한다. 김정은이 결단해야 할 대목이다.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어제 “CVID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고 밝힌 것은 다행이지만 ‘주한미군 철수도 의제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논의 내용을 말하진 않겠다”고 즉답을 피한 대목은 의문을 낳게 한다.
오늘 북-미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세스의 시작’이라고 했고, 김정은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도 어제 “정상회담 한 번으로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다”며 ‘긴 호흡’을 주문했다. 켜켜이 쌓인 불신을 걷어내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이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항 여부는 두 정상이 얼마나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합의를 이뤄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