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쏘아보면서 테이블 위에 두 손을 짚고 서서 말썽꾸러기 학생을 훈계하는 교사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왼편에 옆모습만 조금 보이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수리 라인이, 테이블에 손을 짚느라 약간 몸을 숙인 메르켈 총리를 거쳐 앉아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흐르며 화면을 가로지른다. 그 사선(斜線)을 따라 쏟아지는 무게감이 유럽의 정상들이 미국 정상을 압박하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사의 말 따위는 듣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고집 센 표정으로 유럽 정상들의 시선을 멀뚱멀뚱 받아치고 있다. 이 장면을 중간 뒤쪽에 서서 유럽에도 미국에도 속하지 않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답답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그 오른편에는 혼자인 트럼프 대통령 측의 열세를 보완하는 듯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완고함을 감춘 특유의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다.
▷나라면 이 사진에 ‘G7의 분열’이란 제목을 붙여보겠다. 미디어아트의 대가 빌 비올라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르네상스 시대 그림을 현대식으로 재현한 미디어아트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것이 자코포 다 폰토르모의 ‘성모 마리아의 성 엘리사벳 방문’을 평범한 여인들이 반갑게 만나는 ‘인사’란 동영상 작품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G7의 분열’에는 유럽에 사진이 없던 시절의 고전적 역사화에서나 볼 수 있는 완벽한 구도가 잡혀있어 단순한 시사사진을 보는 이상의 생동감을 준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