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knb@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많은 외국인들은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갈 때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교무실에 가듯이 불편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서류를 챙겨서 사무소를 방문하지만 늘 긴장하고 사무소 직원들의 무표정한 모습에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물론 업무의 특성상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들은 방문객을 차갑게 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다른 공공기관 등에서는 직원들이 친절하게 대했고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보니 연간 한두 차례 가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들의 차가운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일주일 전 친한 결혼 이주여성의 부탁으로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함께 가서 통역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이 한 번 가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서류 미비로 이틀 동안 하루 4시간 이상씩 모두 8시간 이상을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 별관에 있으면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 조금이라도 문제점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쓴다.
첫 번째로 일반적인 공공기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내 직원과 도움을 받을 만한 흔적을 볼 수 없었다. 두 번째는 점심시간에 업무를 보는 직원이 없었고 대기표 발급기마저 정지됐다. 점심시간에도 업무를 처리하는 익숙한 한국의 행정기관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세 번째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매점을 10분 이상 도보로 이동해야 발견할 수 있었다. 현금지급기가 중요한 이유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모든 수수료를 현금으로만 받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놀란 것은 난민 신청자는 매우 많지만 접수를 위한 대기표 배포는 오전 9시에 시작해 오전 11시 30분 마감한다. 보통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오후에도 접수한다. 전국에서 많은 난민 및 국적 신청자들이 오기 때문에 인력을 더 배치하면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필자가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이라면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요구와 사정을 듣는 게 매우 힘든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 중 하나가 타국에서 생활하는 것이고, 그중 생존과 밀접한 비자와 관련한 일이 아닐까 싶다. 외국인들은 출입국·외국인청의 판단에 따라 불법체류자 여부가 결정된다. 다시 말해 출입국·외국인청은 마지막 체류 날짜를 지정해주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제일 중요한 국내 행정기관인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 올 때마다 긴장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외국인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더 친절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업무 특성상 친절하게 대하지는 않더라도 추가 인력을 배치하고 편의시설 등을 다른 공공기관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줬으면 한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