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동맹 경제 이어 안보 균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참석차 10일 밤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에도 퀘벡에서 겪은 불쾌감이 해소되지 않은 듯 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분노의 트윗들을 올렸다. 무역적자 문제뿐만 아니라 방위비 분담 문제도 집중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의 첫 아침(11일)에 올린 트윗에서 미국의 연간 무역적자가 8000억 달러(약 859조400억 원)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은 나토 비용 거의 전부를 내는데 여기에 속하는 많은 국가가 우리를 무역에서 뜯어내려고 한다. 그들(나토)은 비용의 일부만 부담한 채 웃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151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낸 유럽연합(EU)은 국방에 훨씬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다음 달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요구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을 2%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10일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나토 정상회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나토가 최대 위협으로 여기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G7의 균열을 부추겼다. 푸틴 대통령은 10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G7 회의를 떠나기로 선택했던 게 아니라 회원국들이 러시아가 오는 걸 반대해서 그동안 못 간 것”이라며 “그들을 모스크바에서 본다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G7 회의에 러시아를 복귀시켜야 한다”고 제안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한 셈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와 EU에 이어 G7까지 불구로 만들면서 푸틴의 꿈이 실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와 EU의 분열을 꾀하는 푸틴 대통령의 전략을 트럼프 대통령이 대신 실현시켜주고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