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는 늘었지만 대부분 ‘싼커’…사드보복 이후 상권 여전히 침체 면세점은 보따리상 늘어나 매출 고공행진
지난 11일 서울 중구 명동의 거리가 북적이는 모습.
“중국인들이 늘어난 것 같긴 한데 매출은 시원찮아요. 사드보복 전과 비교해 중국인 매출이 20~30%밖에 안돼요.”
지난 11일 서울 중구 명동 길거리에서 음식을 팔고 있는 김주연(42·여)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명동은 중국어로 대화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활기를 되찾은 듯 했다. 유창한 중국어로 호객하는 매장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고, 중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명동 거리를 전전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여행사 깃발을 앞세운 단체관광객들이 쇼핑백을 들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화장품 가게 직원 A씨는 “예전에는 한 손 가득 구매해 갔다면 지금은 눈으로 구경만 하다가 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매출은 매번 팔리는 수준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화장품 가게 직원 B씨 역시 “사드보복이 풀리면서 중국인 손님이 조금 늘긴 했지만 위웬화 매출 비중은 비슷하다. 전체 매출은 오히려 70%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업계에선 단체로 여행 오는 ‘유커’와 개별 관광객인 ‘싼커’로 구분한다. 중국 정부에서 사드사태 보복으로 금지한 것은 유커의 한국여행이었다. 그동안 개별관광객인 싼커는 꾸준히 한국을 방문해왔으며, 보따리상 역시 개별관광 비자를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싼커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가 지역별로 방한 단체관광을 허용하고 있지만 한번 얼어붙은 분위기가 풀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명동의 한 환전상 앞에는 중국인 손님 5명이 환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환전상을 운영 중인 A씨는 “고액을 환전해가던 큰 손은 많이 줄었고 10만~20만 원 단위로 환전해가는 개별 관광객만 조금 늘었다”며 “그나마도 관광객이 아닌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인 직원들이 환전해 가는 경우가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면세점 화장품 가게에서 손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
직원들은 “请进! 正在打折.(어서 들어오세요! 세일 중입니다)”며 고객들을 유혹했고, 중국인들이 지갑을 열고 쇼핑백 가득 물건을 사갔다. 중국인 다이궁들은 연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대리주문을 받거나 복도와 매장 구석에서 대형 트렁크 안에 물건을 담았다.
동아닷컴 박지수 기자 jis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