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원스토어 eBook사업팀 매니저
처음부터 ‘프로 혼밥러’는 아니었다. 스무 살, 교실 울타리를 벗어나 겪는 관계의 풍파에 걸핏하면 외로워지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연락처를 뒤지며 점심은 누구와 먹을지, 공강은 누구와 보낼지 고민했고 스케줄러는 빙고게임 하듯 빽빽이 채워져 갔다. 그땐 남들이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줄 만큼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으로 점철된 날들이었다. 혼자를 연습하며 비로소 단단해짐을 느꼈다. 혼밥 경력 10년, 동행에 구애받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갈 수 있는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
2030의 혼밥이 트렌드가 되면서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여(혼자 여행하기) 등 각종 신조어가 파생되고 있다. 포털 메인 단골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다. 그때마다 붙는 수식은 ‘외로운 청춘’, ‘혼자가 편해요’와 같이 온통 부정적, 병리적 현상으로 조명하는 표현들뿐이다. ‘관태기(관계 권태기)’, ‘포미족(For Me族)’ 등 거창한 용어까지 들어가며 원인과 문제점을 분석한다. 고작 밥 한 끼 혼자 먹는 것에 왜 이리 많은 설명이 필요한 것일까.
물론 혼밥이 우리 사회 복합적인 이슈를 대변하는 키워드일 수는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개취존(개인 취향 존중)’, ‘욜로’와 같은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결과이며, 청년 취업난과 ‘3포 세대’ ‘인구절벽’ 등 사회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하지만 관련 기사들이 줄기차게 지적하는 혼밥족의 영양 결핍이나 알코올 의존증, 인간관계 단절은 별개의 사회 문제이지 혼밥의 잘못이 아니다. 상관 관계는 있을지언정 인과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혼밥이 단절과 고립을 야기한 걸까. 그것들은 늘 그 자리에 있어 왔다. 그나마 이제는 혼자서도 맛있게 먹고 재밌게 놀 수 있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 현장르포 유의 기사들이 제시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혼밥의 가치를 다시 논해봐야 하지 않을까. 혼밥 열풍 이후 혼자를 즐기는 청춘이 늘었다. 홀로 먹고 떠나면서 이들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배우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혼자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혼자일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혼밥이 아프고 외로운 청춘이 아닌 단단하고 건강한 청춘을 상징하는 날이 오길, 그리하여 대수롭지 않은 밥 한 끼가 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김지영 원스토어 eBook사업팀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