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 점유율 3위 체리부로 김인식 회장
체리부로 김인식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육계사업 수직 계열화에 눈을 뜬 축산 경영인이다. 11일 만난 그는 “닭은 곡물을 적게 먹고도 단기간에 단백질을 생산해 낸다는 점에서 육계 계열화 사업은 국민소득이 낮은 북한 진출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체리부로 제공
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공급 과잉 탓이다. 닭값 폭락으로 실적도 나빠졌다. 지난해 206억 원에 달했던 순이익이 올 1분기(1∼3월)엔 24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한 뒤 받아든 첫 성적표여서 더욱 실망스럽다.
실적 부진이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그동안 시설투자 등을 많이 했고, 이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많이 반영하면서 발생한 회계상 적자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해 구하는 에비타(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 기준으로는 17억 원 이익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체리부로는 과일인 체리(Cherry)와 육용 닭을 의미하는 브로일러(broiler)의 합성어이다. 우수한 품질의 닭고기 전문 기업을 향한 김 회장의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체리부로는 육계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육계의 종자라 할 수 있는 원종계부터 부화, 사료, 가공, 유통, 프랜차이즈(처갓집 양념통닭)까지 직접 한다.
김 회장은 육계 사업의 성패는 품질이 뛰어난 병아리 생산에서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 5년간 첨단 종계 사육시설과 운영시스템 구축에 800억 원을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시설에 최적의 사육 환경을 유지한 결과 최근 몇 년간 겨울마다 창궐했던 조류인플루엔자(AI)도 피할 수 있었다.
전북 익산과 충북 옥천의 사료공장에서 생산하는 우수한 품질의 사료 역시 체리부로의 핵심 경쟁력이다. 체리부로의 사료요구율(육계 체중 1kg을 늘리는 데 필요한 사료의 양)은 1.45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업계 평균 사료요구율은 1.55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2002년 업계 최초로 닭고기 등급제 시범 사업에 참여해 등급 판정제 대중화에 기여했다.
어려서부터 병아리 등을 키우는 것을 좋아했던 김 회장은 1968년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이후 축산 외길을 걸어왔다. 특히 1977년 양계용 배합사료 생산 회사였던 퓨리나코리아(현 카길애그리퓨리나)에 입사해서 육계 수직 계열화 개념을 접한 게 그의 경영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49세의 나이에 체리부로를 창업한 것도 육계 수직 계열화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퓨리나코리아, 미원사료사업본부, 미원농장(현 팜스코) 대표이사를 거치면서 육계와 돈육, 사료 사업까지 두루 경험한 후였기에 자신감도 넘쳤다. 김 회장은 “그동안 고비도 있었지만 지난해 말 동양종합식품 인수를 통해 이 꿈을 완성했고, 드디어 소비자의 식탁까지 진출했으니 이제야 회사 비전을 얘기할 수 있게 됐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