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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처럼 교육감 ‘진보 절대우세’… 전교조 출신 최소 8명

입력 | 2018-06-14 03:00:00

진보성향, 17곳중 13곳 당선 확실
현직 교육감 12명중 10명 재입성… 자사고 폐지 등 정책 가속도 예고
울산선 첫 진보 노옥희 당선 유력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4년 전에 이어 다시 압승을 거뒀다. 후보도 모르고, 공약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 속에서 인지도와 조직 표심이 당락을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오전 1시 현재 진보 후보는 13명(서울 부산 인천 광주 울산 세종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남)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당선자는 2010년 6명, 2014년 13명이었다. 보수 후보는 대구 대전 경북 3곳에서 당선이 유력시된다. 제주에서는 보수·진보 후보가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울산에선 이변이 발생했다. 진보 후보가 교육감에 당선된 적이 없었던 울산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울산지부장을 지낸 노옥희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 보수 후보가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전교조 표심이 승부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0년 이후 처음 탄생한 여성 교육감인 노 후보는 특히 진보 진영 첫 여성 교육감 당선자다.

이번 선거에서 단일화 효과는 크지 않았다.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은 ‘단일화 파워’로 17개 시도에서 13곳을 석권했다. 당시 학습효과로 이번 교육감 선거에선 보수 진영도 단일화에 공을 들여왔다. 보수 진영이 단일화에 성공한 지역은 서울 대구 부산 충북 제주 강원 등 6곳이다. 이 중 현직 교육감이 출마하지 않고 진보가 분열된 대구에서만 강은희 후보자의 당선이 유력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강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감으로 부활한다면 ‘보수 신데렐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례없는 ‘깜깜이 선거’로 치러진 이날 교육감 선거에선 현직 교육감 출신과 전교조 출신 후보자가 대거 당선됐다. 현직 교육감 12명 중 10명은 재선·3선에 성공하고, 나머지 2명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아는 사람을 찍는다’는 경향이 나타난 현직 프리미엄이 극대화됐다”고 말했다.

전교조 출신 후보 11명 중 8명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경합 지역까지 포함하면 전교조 출신 교육감은 최대 1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2014년(8명)을 웃돌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묻힌 데다 진보와 보수 후보 간 공약의 차별성이 사라진 이번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책 이슈가 사라진 사이 여당 압승 분위기에 교육감 선거도 진보가 우세한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교육정책에 대한 낮은 지지도 변수가 되지 못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보수 표심’이 결집할 만한 계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이 교육 권력을 다시 한 번 거머쥐면서 여론 ‘눈치 보기’로 주춤했던 △자사고·외국어고 폐지 △고교학점제 도입 △혁신학교 확대 등 문재인 정부의 공약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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