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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2년 반 內 중대한 核군축”… 미흡한 北비핵화 시간표

입력 | 2018-06-15 00:00:00


6·12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한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굉장히 빠르게, 그리고 크게 뭔가를 이뤄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 즉 앞으로 2년 반 안에 중대한 군비 축소(major disarmament)를 이루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공개적인 북한 비핵화 시간표다.

폼페이오 장관이 밝힌 ‘중대한 군비 축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자가 질문에서 사용한 ‘중대한 군축’이란 표현을 거듭 확인하며 “맞다. 그런 뭔가를 이루길 바란다”고 했다.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해외 반출 같은 과감한 초기이행(front-loading)을 가리킬 수도 있다. 하지만 핵무기와 핵물질, 시설, 능력 등 모든 핵의 ‘완전한 비핵화’에는 못 미치는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신속한 일괄(all-in-one) 이행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미국의 비핵화 시간표는 ‘6개월 내 핵 반출, 이어 2년 내 핵 폐기 완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당 시간이 걸리는 비핵화’로, 나아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에 가까워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완전한 비핵화의 시한은 크게 늦춰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자신들의 당면한 위협인 ICBM 폐기에 집중하다 비핵화 완료는 뒷전으로 밀어 놓을 수 있다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제재는 완전한 비핵화가 검증되기 전까진 해제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빨리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한도 없이 북한에 맡겨둘 순 없다. 문 대통령은 “전쟁과 핵, 장거리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것만도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마냥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 눈을 부릅뜨고 북-미 후속 협상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