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한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굉장히 빠르게, 그리고 크게 뭔가를 이뤄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 즉 앞으로 2년 반 안에 중대한 군비 축소(major disarmament)를 이루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공개적인 북한 비핵화 시간표다.
폼페이오 장관이 밝힌 ‘중대한 군비 축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자가 질문에서 사용한 ‘중대한 군축’이란 표현을 거듭 확인하며 “맞다. 그런 뭔가를 이루길 바란다”고 했다.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해외 반출 같은 과감한 초기이행(front-loading)을 가리킬 수도 있다. 하지만 핵무기와 핵물질, 시설, 능력 등 모든 핵의 ‘완전한 비핵화’에는 못 미치는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신속한 일괄(all-in-one) 이행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미국의 비핵화 시간표는 ‘6개월 내 핵 반출, 이어 2년 내 핵 폐기 완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당 시간이 걸리는 비핵화’로, 나아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에 가까워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완전한 비핵화의 시한은 크게 늦춰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