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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6·13 민심의 소용돌이, 與든 野든 무섭게 받아들여야

입력 | 2018-06-15 00:00:00


6·13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그 도도한 저류(底流)에 일대 전환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경기 인천 기초단체장 66석 중 무려 62석을 석권했다. 1995년 첫 지방선거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보수의 ‘강남불패 신화’를 깨고 서울 강남구청장, 송파구청장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야당의 텃밭인 부산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도 싹쓸이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의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비록 졌지만 30∼40%대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영남이 그랬듯이, 보수가 바뀌지 않는 한 다음 선거의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광역의원도 여당이 824명 중 79.1%에 달하는 652명을 차지했다. 지역구의 경우 서울시의원 100명 중 민주당은 97명이 당선됐지만 한국당은 3명에 불과했다. 경기도의회는 129명의 도의원 가운데 민주당 128명에 한국당은 단 1명에 그쳤다. 1997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진보집권 10년의 피로현상으로 탄생한 이명박·박근혜 두 전 대통령의 실정과 구속, 당시 집권당인 한국당의 무능과 무책임에 여전히 국민이 깊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촛불집회와 탄핵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기류는 바뀌고 있었다. 사람들이 냉전보수의 가치에서 벗어나 평화 공존 등에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은 새로운 가치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4·27남북정상회담마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했다. ‘위장 평화 쇼’라고 목소리를 높인 야당 대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대한 통찰이 없는 ‘보수의 참패’라는 뼈아픈 자각이 필요하다.

이런 변화에는 눈을 감고 보수 야당은 “여론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샤이 보수’(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숨은 보수 표)의 존재를 강변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칙칙한 보수에서 미래를 보지 않았다. 2016년 총선과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3연패의 경고를 보낸 까닭이다. 보수야당에서 마음이 떠난 합리적 보수와 중도 보수를 불러오려면 당내 제(諸) 세력이 가치와 노선을 놓고 격론을 벌이는 처절한 노력이 절실하다.

민심은 물과 같다고 했다. 지역 계층 세대의 벽을 허문 6·13 표심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선거 결과에 결코 자만하거나 안일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국정 담당세력이 보여준 오만함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집권세력을 향하는 민심의 파도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자신들을 위한 승리의 환호성이라도 되는 듯 착각한다면 수구 보수를 강타했던 그 파도처럼 진보권력의 배를 뒤집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