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여당 압승]달라진 보수의 텃밭 득표율 보니
봉하마을 찾아간 오거돈-김경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자가 14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노무현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도 이날 부산시의원 당선자들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김해=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대구 동구에 사는 이정수 씨(32)는 “한국당이 이번에도 모두 이긴 줄로만 알았는데 선거구별 득표율을 보니 변화가 많다. 놀랍다”고 말했다.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 지역은 당선 여부만 놓고 보면 6·13지방선거에서도 보수의 마지막 보루다. 하지만 2014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대통령선거,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기초자치단체별 득표율을 비교 분석해 보면 이 씨의 말처럼 보수 정당의 텃밭인 TK가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지세가 꺾이면서 바닥 민심은 요동쳤다. 민주당은 후보를 낸 7곳에서 한국당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 7곳에서 한국당과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평균 13%포인트로 2014년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동구에서는 한국당과 민주당, 바른미래당의 3파전 끝에 한국당 배기철 당선자가 민주당 서재헌 후보에게 4.4%포인트 차로 신승을 거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달성군은 무소속 김문오 당선자가 차지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를 2000여 표 차로 겨우 눌렀던 김 당선자는 이번엔 1만7779표 차로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
○ 대구의 ‘강남’에도 민주당 바람
수성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남칠우 후보의 득표율은 44%로 8개 구의 민주당 후보 지지율 중 가장 높았다. 광역단체장 선거도 냉랭하긴 마찬가지였다. 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는 수성구에서 53.4%를 얻었다. 대구지역 전체에서의 득표율(53.7%)보다 근소하게 낮은 득표율이다. 민주당은 대구시의원도 처음으로 배출했다. 비례대표 1명을 포함해 4명이다. 민주당 수성갑 지역위원장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쟁시켜 주셔서 감사하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수성구에 사는 펀드매니저 최모 씨(39)는 “선거운동 기간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는 이야기가 많아 당선을 기대했다”며 “대구 변화의 바람이 수성구에서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주위에 많았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 여당이 잡아챈 ‘박정희 고향’ 구미
경북지역에서도 바람이 거셌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 민주당 장세용 당선자가 한국당 이양호 후보를 접전 끝에 40.8%의 득표율로 누른 것은 지역민들조차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고 보수 후보가 난립하며 표가 분산된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밑바닥 정서가 흔들린 데 따른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구미의 선거 결과가 전체 TK의 민심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한국당이 TK를 지켰다고 하지만 잘 뜯어 보면 참패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라고 말했다.
홍정수 hong@donga.com / 대구=장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