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애랑 이야기는 이러했다. 옛날 애랑이라는 처녀와 덕배라는 총각이 살았는데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다. 어느 봄날 덕배는 미역이 많은 바위섬에 애랑을 내려주고 마을로 돌아왔는데, 돌풍이 불어 애랑이 집채 같은 파도에 휩쓸렸다. 이후로 고기가 전혀 잡히지 않았고, 바다로 나간 청년들이 줄줄이 사고를 당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어부가 술에 취해서 화풀이로 바다를 향해 욕을 하면서 소변을 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음 날 다른 배들은 빈 배로 돌아왔으나 소변을 본 어부만은 만선이었다. 그 후로 남자들은 바다를 향해 오줌을 누고 조업을 나갔고, 모두 만선으로 돌아왔다.
마을에 닥친 재앙이 애랑의 원한 때문임을 확신한 주민들은 갯바위가 내려다보이는 해안 끝자락에 서 있는 향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삼아 동제를 지냈다. 매년 정월 대보름과 시월 오일(午日)에 남근을 깎아 바쳐서 애랑의 원한을 풀어주고 있다. 정월 대보름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풍어를 기원하는 것이고, 시월 말날(午日)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십이지 동물 중 말의 양물(陽物)이 가장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당 내부에는 애랑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좌우 벽면에는 매년 깎아서 바친 수십 개의 남근목이 마치 굴비 엮인 듯 새끼줄에 걸려 있다. 땅과 바다(물)는 생명을 탄생시키는 모태이기에 여성을 상징한다. 남근목을 바치는 행위는 여성신으로 상징되는 바다에 씨앗을 뿌리는 행위에 비유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풍속에서는 남자아이를 발가벗기고 밭을 기어 다니게 하거나, 성기가 큰 남성이 옷을 벗고 경작을 하기도 했다. 이는 여성으로 비유되는 밭에 남성 성기를 보임으로써 땅의 생산력이 증대되기를 바라는 인류 보편의 주술의례이다.
현재 해신당 주위는 공원이 조성돼 예술가들에 의해 다양한 크기의 남근이 세워져 있고, 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으면서 관광명소가 됐다. 이제는 예술가들까지 동참해서 1년 내내 애랑의 한을 달래고 있다. 애랑이 애태우다 죽은 바위라 하여 ‘애바위’라고 부르는 갯바위의 실제 소유권은 이웃한 갈남마을에 있다. 애바위에는 미역이 많이 자생하고 있어 대대로 갈남마을 주민들의 주 소득원이 되고 있다. 하나의 갯바위가 질 좋은 미역을 키워내고, 관광객을 불러들여서 두 마을 주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 실로 풍요의 바위섬이라 하겠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