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 다하기 위해 지하1층∼지상3층 문화공간 조성”
14일 한국을 찾은 영국의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씨. 그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 서울 시민의 삶에 잘 녹아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제공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는 한국의 ‘달항아리’가 이번 설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14일 서울 용산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신사옥을 설계한 영국 출신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씨(65)는 대형 스크린에 조선 백자인 달항아리를 띄워놓고 이렇게 말했다. 신사옥에서 만난 그는 “아모레퍼시픽이 한국의 대표 뷰티기업이라는 점에 착안해 한국의 미가 고스란히 담긴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치퍼필드 씨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로 꼽힌다. 198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데이비드 치퍼필드 건축사무소를 세운 그는 30년간 전 세계를 무대로 문화 주거 상업 시설 및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서울 도심 속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설계했고, 지난해 11월 이 건물은 문을 열었다.
그는 2007년 대표작인 독일 현대문학박물관으로 건축 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스털링 상’을 받았다. 2010년에는 건축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2011년에는 영국왕립건축협회의 ‘로열 골드 메달’, 유럽연합(EU)에서 우수한 현대 건축 작품에 수여하는 ‘미스 반데어로에 어워드’를 수상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미군기지가 이전한 후 시민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인 용산공원과 맞닿아 있다. 치퍼필드 씨는 “용산공원이 완성됐을 때 이 건물이 도시와 공원을 연결하는 통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