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밴드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 리더 그레그 곤살레스 인터뷰
미국 밴드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의 리더 그레그 곤살레스는 사진에도 관심이 많다. 2012년 미니앨범 표지에 예술가 만 레이(1890∼1976)의 작품을 실은 그는 “레이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했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미국 밴드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의 음악은 영화적 관능주의다.
이제 막 어두워진 방 안에 들어온 한 줄기 노을빛. 눈 뜨면 사라질 듯한 이런 연약함과 몽롱함이 듣는 이의 가슴을 조용한 태풍처럼 휘젓는다.
독특한 팀명과 사운드로 최근 스타덤에 오른 이들이 다음 달 29일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리는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내한한다. 팀의 리더 그레그 곤살레스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한때 어떤 여인을 만났는데, 함께 밤을 보낸 뒤 담배를 피우곤 했어요. 어느 날 문득, 그 순간과 그 이름(팀명)이 제 마음에 들어왔죠.”
곤살레스의 아버지는 비디오테이프 유통업을 했다. “집에 비디오 가게 하나를 통째로 들여놨다 싶을 정도로 테이프가 많았어요. 어려서부터 오만가지 영화를 접했죠.”
그는 최고의 영화로 ‘분홍신’(1948년), 최고의 영화음악으로 존 배리가 만든 ‘사랑의 은하수’(1980년) 사운드트랙을 꼽았다. 곤살레스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설국열차’도 좋아한다”고 했다.
지난해 평단의 찬사를 받은 정규 1집 ‘Cigarettes after Sex’에는 영화적 순간이 여러 번 등장한다. “‘Opera House’는 영화 ‘피츠카랄도’와 ‘버든 오브 드림스’의 영향을 받았어요. ‘John Wayne’은 팀 멤버의 힘든 연애를 보며 영화 주인공이 떠올라 만든 곡이고요.”
때로 드럼과 베이스기타, 목소리만으로 음악을 구성하기도 하는 곤살레스는 미니멀리즘 신봉자다.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는 15일, 1년 만에 신곡을 냈다. ‘Crush’다. 곤살레스는 “다음 달 신곡 하나를 더 내고 내년엔 2집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Crush’는 지금은 멀리 떨어진 연인과 달콤한 시간을 상상하는 노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