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영화처럼 몽롱한 노래, 아련한 사랑 담은거죠”

입력 | 2018-06-15 03:00:00

美밴드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 리더 그레그 곤살레스 인터뷰




미국 밴드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의 리더 그레그 곤살레스는 사진에도 관심이 많다. 2012년 미니앨범 표지에 예술가 만 레이(1890∼1976)의 작품을 실은 그는 “레이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했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미국 밴드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의 음악은 영화적 관능주의다.

이제 막 어두워진 방 안에 들어온 한 줄기 노을빛. 눈 뜨면 사라질 듯한 이런 연약함과 몽롱함이 듣는 이의 가슴을 조용한 태풍처럼 휘젓는다.

독특한 팀명과 사운드로 최근 스타덤에 오른 이들이 다음 달 29일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리는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내한한다. 팀의 리더 그레그 곤살레스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한때 어떤 여인을 만났는데, 함께 밤을 보낸 뒤 담배를 피우곤 했어요. 어느 날 문득, 그 순간과 그 이름(팀명)이 제 마음에 들어왔죠.”

곤살레스는 “특별한 사람과 하나의 순간을 공유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연애에 관한 노골적 언어는 이들의 가사에도 곧잘 나온다. “대부분의 노랫말은 제 실제 경험을 기록한 것입니다. 특히 ‘K.’는 가장 생생한 노래죠.”

곤살레스의 아버지는 비디오테이프 유통업을 했다. “집에 비디오 가게 하나를 통째로 들여놨다 싶을 정도로 테이프가 많았어요. 어려서부터 오만가지 영화를 접했죠.”

그는 최고의 영화로 ‘분홍신’(1948년), 최고의 영화음악으로 존 배리가 만든 ‘사랑의 은하수’(1980년) 사운드트랙을 꼽았다. 곤살레스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설국열차’도 좋아한다”고 했다.

지난해 평단의 찬사를 받은 정규 1집 ‘Cigarettes after Sex’에는 영화적 순간이 여러 번 등장한다. “‘Opera House’는 영화 ‘피츠카랄도’와 ‘버든 오브 드림스’의 영향을 받았어요. ‘John Wayne’은 팀 멤버의 힘든 연애를 보며 영화 주인공이 떠올라 만든 곡이고요.”

때로 드럼과 베이스기타, 목소리만으로 음악을 구성하기도 하는 곤살레스는 미니멀리즘 신봉자다.

“시간이 갈수록 내 안에서 또렷해진 음악을 보면 전부 단순한 것들이었죠. 에리크 사티의 피아노곡들,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해럴드 버드와 브라이언 이노의 ‘The Pearl’ 같은 작품이 그렇습니다.”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는 15일, 1년 만에 신곡을 냈다. ‘Crush’다. 곤살레스는 “다음 달 신곡 하나를 더 내고 내년엔 2집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Crush’는 지금은 멀리 떨어진 연인과 달콤한 시간을 상상하는 노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