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 누군가 있다/찰스 퍼니휴 지음·박경선 옮김·박한선 감수/444쪽·2만 원·에이도스
오늘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환청=조현병’이라는 등식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것이다. 1938년 독일의 쿠르트 슈나이더 박사가 환청을 조현병의 1급 증상 중 하나로 명명한 것이 이런 믿음으로 굳어졌다. 영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대중적 선입관에 반기를 든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도 실재하지 않는 목소리를 듣는 경험을 한다고 주장한다. 조현병 환자의 75%가 환청을 경험하는 건 맞지만 그런 목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전부 조현병에 걸린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내 안의 목소리’와 대화하는 과정이다. 타석에 들어선 야구선수가 “직구를 노리자”라고 중얼거린다면, 이는 그의 머릿속에 울린 “무슨 공이 들어올까?”라는 목소리에 대한 대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릿속을 채우는 목소리는 용기를 주는 조력자로, 영감을 주는 여성인 뮤즈로, 계시를 주는 신으로 우리와 함께한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묻는다. “당신에게 말을 거는 그 목소리가 당신인가, 아니면 목소리와의 대화를 통해 끝없이 직조되는 것이 당신인가? 뭐가 됐든 간에 목소리가 멈추면, 당신은 어디로 가는가?”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