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셰리 터클 지음·황소연 옮김/524쪽·2만1000원·민음사
기술 발달로 면대면 대화보다 SNS 속 관계에 익숙해진 현대인
고독-자아성찰의 기회 빼앗겨


기술심리학 전문가인 저자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현대인이 테크놀로지에 의해 자아성찰, 창의력, 생산성의 핵심이 되는 뭔가를 빼앗기고 있다는 것. 바로 ‘대화’다.
대화는 공감과 자아성찰 능력을 이끌어냄으로써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핵심적 수단이다.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고독, 우정, 그리고 사교(사회)다. 고독은 자의식과 집중력, 창의적 발상을 다지고 우정과 사교는 자아성찰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술이 이 순환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우정과 사교도 공격받는다. 인간적 교감이 이뤄지는 가장 핵심적 장소인 가정에서도 그렇다. 모유수유를 하면서 휴대전화를 보고, 유모차를 밀고 가면서도 페이스북을 하는 부모 아래에서 자란 아이들은 안정적인 대화를 하는 첫 단추를 놓친다. 요즘 아이들에게 친구 관계는 언제든 휴대전화로 응답할 수 있는 ‘항시 대기 우정’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이런 비정상적 관계가 결국은 “제대로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나름의 대처”라고 비판한다.
교육현장과, 사무실, 사회에서도 제대로 된 대화가 사라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겪고 있다. 기술을 활용한 멀티태스킹은 통념과 달리 효율성이 높지 않다. 삶을 각성과 유사한 지속적 경계 상태로 몰고 감으로써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교육이 각광받고 있지만 대면교육의 효과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 야후, IBM 같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직원들을 다시 회사로 불러들인 이유 역시 기술에 기반해 대면회의, 대화를 없앤 것이 생산성과 창의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온라인 정치 운동에 회의적이다. 실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좋아요’를 누르거나 해시태그를 공유하는 것 이상의 더 깊은 신뢰, 역사적 유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알면서도 방심한 채, 정확히 의식하지 못한 채 기술 발전과 변화에 떠밀려 여기까지 와버렸다. 이 책은 이제 우리가 기술과의 ‘마술 같은 연애’에서 깨어날 때라고 말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전자기기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한 여름 캠프에서 아이들은 공감능력과 대화에 대한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다. 가정에서는 자녀들과 대화하기 위해 전자기기가 없는 공간을 만드는 작은 실험부터 시작할 수 있다. 기술을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존중할 수단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인간은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솔직하고 대담한 대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