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원치않아 北인권압박 안해” 靑 “한미훈련 중단 협의… 곧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내 직통 전화번호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 일요일(17일)에 북한 지도자와 전화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대체로 해결했다. 모든 걸 얻어낸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 전 정상 간 핫라인부터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6·25전쟁 때 실종된 미군들의 유해 송환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대로 북한이 미군의 유해 발굴과 송환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데 대해선 “북한과의 핵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압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美 “훈련중단, 北 진정성 확인 차원”… 비핵화 이행과 연계할듯 ▼
한미, 8월 UFG연습 중단 협의
한미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한미 연합 훈련 중단 조치의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하겠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청와대는 “한미 협의를 통해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싱가포르 북-미 공동선언의 실천을 위해 가능한 조치들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14일)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미 간 협의가 이미 시작됐다”며 “UFG 연습 조정 문제에 대해 아직은 결정된 게 없지만 조만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UFG 중단을 이르면 주말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이 관계자는 “최종적인 입장 정리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가 연합 훈련 중단을 위해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행위 해소의 첫 조치는 8월로 예정된 UFG 연습 중단이 유력하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워게임)으로 진행되는 UFG 연습은 병력, 장비가 대거 동원되는 실기동훈련보다는 준비 및 시행 절차가 단순하다. 중단 발표에 따른 별도 후속조치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UFG 중단이 공식 발표되면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의 후속 조치를 위한 ‘행동 대 행동’ 원칙은 보다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도록 본격적인 압박에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회동이 끝난 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상호 신뢰를 만들어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긴장 완화를 위해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하면 북한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 회담에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이룩해 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훈련 중단 방침을 “선의의 표시”라고 강조하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가 14일(현지 시간)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진정성 확인 차원”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군 당국자는 “한미가 필요에 따라 연합 훈련의 중지(cancel)보다는 연기(suspend)라는 표현을 통해 연합 훈련을 북 비핵화 이행과 확실히 연계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손택균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