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산타 에스메랄다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노래의 주인공은 고백합니다. 나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나약한 인간이기에 바보 같은 실수를 하고 후회를 한다고. 하지만 너를 사랑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것만은 알아달라고. 가족에 대한 제 마음과 흡사합니다. 제가 진료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전달하고 이해받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죠.
인간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나도 늘 오해와 갈등을 겪게 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언어’ 때문이죠.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그것을 상대방이 번역해서 감정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여러 오류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좋은 감정과 의도를 공유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화를 못 하기 때문이죠.
상대방을 무시하는 화법도 비효과적입니다. 우위에 있는 사람이 대화를 하는 척하며 상대방을 압도하려 할 때 잘 쓰죠. “너처럼 눈치 없는 애는 처음 본다!”라는 식으로 상대방을 규정하고 비판하는 판단형이 있고, 더 심하게는 “자기만 아는 욕심쟁이!”라고 비판을 넘어 구체적인 별명을 붙여서 모욕을 주는 조소형도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감을 높이려는 대화는 흥정과 거래가 아닙니다. 먼저 상대방을 존중하고, 섣불리 단정 짓지 않으며 지시나 강요를 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더 현명하고 힘이 있는 쪽이 먼저 경청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느껴야 하죠. 그 다음 나의 요구 사항을 긍정적인 언어로, 구체적인 행동으로 요청하고 오해를 막기 위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대화 방법은 ‘I 메시지’입니다. 먼저 상대방의 행동에 평가를 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당신이 늦게 와서), 그 결과를 설명하고(나는 오래 기다렸다), 그 결과에 동반된 나의 느낌(지치고 화가 났다)을 진술하는 것이죠. 나의 감정에 대한 솔직한 설명이 주가 되기 때문에 상대방이 비난받는 느낌이 덜하게 됩니다. 그 반대는 “너는 늘 그래!”라고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평가와 비난이 주가 되는 ‘You 메시지’죠.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