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이레 장마보다 삼 년 가뭄이 낫다” “칠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는 속담이 충청도에 전해져 온다. 우리 조상들은 가뭄보다 장마가 더 무섭다고 생각했다. 가뭄 때도 힘들기는 하지만 눈에 보이는 재산 피해는 별로 없다. 그러나 홍수 때는 인명피해는 물론 논밭, 가축 등이 물에 잠기거나 휩쓸려가 버린다. 체감 기후로나 생활상의 편의로나 ‘그래도 가뭄이 장마보다는 낫다’는 수해(水害)에 대한 지각개념(perception)의 좋은 예이다.
장마는 동강(東江) 뗏목꾼 아내의 눈물을 부르기도 한다.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 든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백두대간은 강원 정선을 지나면서 1000m가 넘는 산들을 열 개 넘게 만들었다. 높이 솟은 산들을 동강이 뱀처럼 휘감아 흐른다. 급한 여울이 많아 나무를 운반하던 뗏목꾼들이 장마철에 많이 죽어서일까? 지아비를 걱정하는 아낙네의 눈물이 ‘정선아리랑’에 절절히 녹아 흐른다.
장마현상을 해학적으로 풀이한 한의사가 있다. 그는 두 고기압을 소양인과 태음인의 기질로 보았다. 이들의 궁합은 너무 좋아서 한 번 붙으면 떨어질 줄 모르고 난리를 친단다. 그래서 장마철에 지겹게 흐리고 비가 주야장천 내린다는 것이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러나 7월 말이 되면 평생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장마전선이 북상한다. 북태평양고기압의 힘이 강해지면서 만주지방으로 장마전선을 밀어 올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반도는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 철이 시작된다. 오늘은 한 가지 하늘의 비밀을 누설해야 하겠다. 올여름 장마는 보은 처녀와 갑산 색시가 다 좋아할 것 같다. 보은은 비가 적게 내리고 갑산에는 많이 내릴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