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재활용 해법 해외사례 분해되는 ‘식물성 포장지’ 개발, ‘먹을 수 있는 숟가락’ 만들기도
버려진 플라스틱 병과 병뚜껑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바닥재 ‘페이브코’로 포장된 도로. 모로코의 ‘젤리즈 인벤트’가 개발한 이 도로 포장용 돌은 일반 도로 포장재의 3분의 1 가격이다(왼쪽 사진). 쌀, 밀가루, 수수가루로 만든 인도 ‘베이키스’의 숟가락. 식사를 마친 뒤 먹을 수도 있다. 사진 출처 모로코 레코노미스트·더힌두
2016년 TV를 보던 모로코의 20세 청년 사이프 에딘 라알레즈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다. 일회용 비닐봉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로코 정부가 내놓은 ‘제로 미카(Zero Mika)’ 사업의 시작을 앞두고 열린 TV토론에서 한 토론자가 내뱉은 말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라알레즈는 이때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한 창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올해 임팩트저널리즘데이에 참가한 세계 언론사들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다양한 노력을 소개했다. 모로코 일간 레코노미스트가 소개한 젤리즈 인벤트(Zelij Invent)는 라알레즈가 2017년 7월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최대 걸림돌은 가연성 문제였다. 쉽게 불이 붙으면 상용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임시 연구실로 삼은 아버지 차고에서 3개월간 실험을 거친 끝에 가연성을 줄이고 내구성은 높이는 최적의 제조법을 찾아냈다. 플라스틱 80%, 시멘트 및 모래 20%로 구성된 포장재 페이브코(Paveco)는 시중 포장재의 3분의 1 가격이면서도 콘크리트만큼 단단하다. 아직은 시제품만 제작하고 있지만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한 달에 약 2520t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플라스틱 포장지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쉽게 분해되는 ‘착한 포장지’를 만들면 어떨까.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가 소개한 포장지 제조사 티파(TIPA)는 식물성 포장지를 개발했다. 메라브 코렌 마케팅 이사는 “TIPA의 포장지는 플라스틱처럼 생겼지만 오렌지 껍질처럼 생을 마감한다”고 설명했다.
식물성 화합물을 엮어 만든 TIPA의 포장지는 땅속에 묻혀 적절히 수분을 공급받으면 180일 안에 퇴비가 된다.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져도 스스로 썩어 없어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TIPA는 2012년 이 포장지를 개발해 2016년부터 유럽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7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4배 증가했다.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는 최근 포장지를 모두 TIPA의 제품으로 바꿨다. TIPA는 기술을 더 개발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플라스틱 숟가락 대신 ‘먹을 수 있는 숟가락’을 만든 곳도 있다. 인도 일간 더힌두는 수수가루 밀가루 쌀가루로 숟가락을 만드는 기업 베이키스(Bakeys)를 소개했다. 나라야나 페사파티 베이키스 대표는 수수로 만든 로티(남아시아에서 주로 먹는 빵)에서 영감을 받았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로티에 카레를 얹어 먹다가 로티 조각을 숟가락 모양으로 만들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쌀 밀 수수 등 3개 곡물로 만든 이 숟가락 1개의 생산 비용은 4루피(약 60원)에 불과하다. 생산을 시작한 2016년 6월부터 총 약 220만 개가 팔렸다. 120개국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등 수요는 많지만 생산 설비가 부족해 인터넷 주문은 받고 있지 않다. 현재 직원 11명이 하루 1만 개의 숟가락을 생산하고 있다. 페사파티 대표는 “이제는 생산 기계를 판매해 그들이 스스로 숟가락을 만들어 팔도록 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