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디자인플라자. 동아일보 DB
예를 들어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의외의 발견이었다. 패션몰이 밀집된 곳에 아이와 뭘 하겠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하 하디드의 전위적 건축물은 계단 없이 건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멋진 길이 곳곳으로 연결됐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기에도 좋았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전시도 다양하게 열리고 있었다.
최근까지도 서점가에서 ‘탈서울’은 계속해서 뜨거운 화두다. 런던, 뉴욕, 베를린 등 해외로 이민 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에세이는 환상과 선망을 불러일으킨다. 굳이 그렇게 멀리 가지 않더라도 귀촌, 귀농, 제주이민 이야기를 푼 신간이 수시로 쏟아진다. 대부분 서울에서의 삶을 비인간적으로, 숨 막히는 것으로 회상하는 책들이다. 치열한 경쟁, 야근, 꽉 막힌 교통, 어디든 북적이는 인파, 비싼 집값까지 이 도시에서의 삶은 한국 사회가 가진 모든 병폐를 응축한 것으로 간주된다.
대학시절 이후부터 줄곧 서울에서만 살고 있지만 아이 때문에 일부러 돌아다니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해외여행이라도 가면 그 도시의 시청, 중앙역, 도서관, 박물관, 작은 갤러리까지 필사적으로 돌아다니면서도 정작 이곳에 뭐가 있는지에 대해선 너무 무심했었단 생각이 든다.
“한낮의 해가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뜨겁게 주변을 물들인다. 너무 당연하게 존재하고 있어서, 잊고 있던 한강도 아름답게 반짝반짝 빛난다.” (에세이집 ‘저는 아직 서울이 괜찮습니다’ 중에서)
최근 나온 에세이집의 한 구절처럼,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던 이 도시의 ‘반짝이는 것들’이 어쩌면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을 지도 모른다. ‘탈서울’ 바람이 여전히 거세지만 무작정 떠나는 것만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애정과 관심이 있어야 변화도 가능하다. 일단 이곳에서 자신만의 보물찾기 탐험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것만으로 서울에서의 삶이 훨씬 더 살만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