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유럽 난민전쟁의 중심에는 EU 빅4 국가(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가 있다. 이달 들어 새 정권이 출범한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난민 수용에 관해 양극단의 길로 달리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까지 난민정책을 놓고 으르렁대면서 2015년 난민 수용 결정 이후 난민 이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15일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데 이어 18일에는 베를린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유럽이 이탈리아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지난주 아쿠아리우스호 입항 거부 결정을 두고 이탈리아를 맹공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콘테 총리와 만난 자리에선 이탈리아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며 포용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모두가 난민에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 처음 입국하는 국가가 난민을 책임지도록 한 더블린 조약 탓에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이탈리아가 독박을 쓰고 있다는 불만을 의식한 발언이다. 프랑스는 또한 프랑스행을 희망하는 아쿠아리우스호 난민을 수용하기로 했다.
한때 앞장서서 난민을 받아들여 ‘난민의 천사’로 불렸던 메르켈 총리는 콘테 총리를 설득해야 할 입장이지만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으로 내몰렸다. 연정을 맺고 있는 자매당 기사당 대표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의 강경한 난민 정책 발표를 저지시킨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메르켈 총리는 기사당과 만나 “이달 말 EU 정상회의 때 대안을 제시할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설득했으나 기사당이 거부했다. 기사당과 타협에 이르지 못할 경우 대연정이 깨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론도 불리하다. 지난주 독일 여론조사기관 인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국경을 강화하는 기사당의 의견에 지지를 보냈다. 이번 주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유럽 차원의 대책을 논의한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난민에 강경한 이탈리아 신임 총리는 훌륭하다”고 콘테 총리를 치켜세우며 EU 분열을 부추겼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난민들을 바다에 내버려두면 안 된다”며 난민 구조선 입항을 거부한 이탈리아를 비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