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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필 무렵… 아파트 1층 앞뜰서 몰래 키우다 딱 걸려

입력 | 2018-06-18 03:00:00

[휴지통]마약 원료… 60대 男 불구속 입건




서울 구로구 모 아파트 1층 앞뜰에 심어 놓은 양귀비 약 349주.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키 큰 작물을 둘러 심었다. 구로경찰서 제공

“꽃이 예뻐서 심은 것뿐이에요.”

아파트 앞뜰에서 양귀비를 재배한 혐의로 붙잡힌 이모 씨(68)는 당당했다. 하지만 경찰이 확인해보니 이 씨가 기른 양귀비는 모두 마약 원료로 사용되는 품종이었다. 심은 양도 349주나 돼 형사 입건 기준인 50주를 훌쩍 넘겼다.

아파트 1층에 사는 이 씨는 거실 앞뜰 테라스를 양귀비 밭으로 썼다. 마음만 먹으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에 대담하게 300주 넘는 양귀비를 심은 것이다. 이 씨는 양귀비 주위에 양귀비보다 키가 큰 식물들로 울타리를 쳐 눈가림을 했다.

그러나 경찰의 눈까지 속이지는 못했다.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은 다른 집과는 달리 테라스 바깥으로 여러 식물이 높게 심어진 것을 수상히 여겼다. 건물 옆 언덕에 올라 안쪽을 슬쩍 들여다봤다. 꽃이 피지 않은 상태라 자칫 일반 식물로 생각해 지나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형사과 근무 경력이 있는 40대 경사는 양귀비잎을 알아봤다. 경찰은 이튿날 현장을 덮쳐 증거물을 확보하고 이 씨를 붙잡았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11일 서울 구로구 모 아파트에 사는 이 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이 씨의 모발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투약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의뢰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