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태풍이 온다]왜 프랑스는 처지고 독일은 앞서갔나 <1> 노동유연성이 가른 경제성적표
취재진이 직접 양국을 방문해 살펴보고 분석한 차이와 그 이유, 그리고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시리즈로 게재한다.
○ 독일에선 법 위에 단체협약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연장근무가 일상근무의 일부처럼 돼 있지 않지만 사업주가 근로자와 노동계약을 맺을 때 한 해 달성할 성과도 계약에 포함한다. 레너 공동대표는 “단체협약을 따르는 금속 대기업에서도 근로자들이 37시간 내에 주어진 업무를 다 하지 못해 퇴근했다 다시 돌아와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독일은 해고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나라이지만 2년간 연속해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해고 사유가 된다. 그래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자발적으로 연장해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연장근무 가산수당 지급 기준이 되는 주당 계약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독일은 산업별 지역별 단체협약이 법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주당 계약근로시간은 천차만별이다. 단체협약 당사자로 가입하지 않아 단체협약을 따르지 않는 중소기업도 많다. 중소기업의 경우 직급에 따라서는 노동시간법이 규정한 하루 8시간, 주당 40시간을 넘는 근로시간 계약도 가능하다.
독일에서 주당 최장 근로시간은 법에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연속 24주간(약 6개월) 하루 평균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 하루 근로시간을 10시간(주당 50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는 하다. 이마저도 예외 조항이 많아 1년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다만 하루 노동 후 그 다음 날 노동까지 최소 11시간의 휴식시간을 엄격히 보장해야 한다.
최근 연방고용주연맹(BDA)은 “하루 최장 노동시간과 휴식시간 규정이 오늘날 디지털로 심화되는 경쟁적인 현실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개정을 요구했다. 후베르투스 하일 노동장관도 최장 근로시간을 노사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는 논의에 열린 태도를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파리 외곽 몽트뢰유의 노동총동맹(CGT) 본부에서 만난 파브리스 앙제이 중앙위원은 “지난해 연장근로를 포함한 프랑스 전일(全日) 근로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당 41시간”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2000년 주당 35시간 노동제를 도입했다고 해서 주당 35시간, 즉 하루 7시간만 일하고 퇴근한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앙제이 중앙위원에 따르면 프랑스인은 평균적으로 주당 6시간은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받는다. 법정근로시간보다 더 많이 일하는 셈이다.
프랑스 근로자의 주당 최장 근로시간은 원칙적으로는 48시간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연속 12주간(약 3개월) 평균 노동시간이 46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당 60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 이 경우 연속 12주간 중 6주간은 하루 12시간씩 주당 60시간 일하고 나머지 6주간은 주당 32시간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프랑스는 2016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엘 콤리’ 법안을 통과시켜 주당 60시간 노동이 가능한 조건을 완화하고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노사 합의로 10%까지 낮출 수 있도록 했다. 기존 35시간 노동제하에서 근로자는 43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하면 시간당 통상임금의 25%, 44시간부터는 50%의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받았다.
안경 제작 중소업체 ‘디렉톱틱’의 카림 쿠이데 사장은 “기존 35시간 노동제 아래서는 최장 근로시간이 별 의미가 없었다. 실제로 50%의 가산수당을 주면서 44시간 이상 일을 시키면 인건비가 너무 높아 이득을 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앙제이 중앙위원은 반대로 “최근 일련의 노동개혁은 35시간 이상을 일해도 임금이 크게 올라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파리·슈투트가르트·쾰른=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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