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제이콥슨 마이크론 디램 프로젝트 및 프로그램 매니저.(출처=IT동아)
최근 PC 시장에 화끈하게 불어 닥친 게이밍 열풍은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간 게이밍을 앞세운 고성능 제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더 화려하게 만드는 ‘개조(커스터마이징)’ 요소가 더해져 차별화가 더 뚜렷해졌다. 이미 2년여 전부터 많은 게이밍 PC 관련 제조사들이 LED를 활용,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출범 약 2년이 지난 마이크론도 가세했다. 지난 6월 5일부터 9일까지 타이완 타이페이에서 개최된 컴퓨텍스(Computex) 2018을 통해 발리스틱스 스포츠(Ballistix Sports) AT와 택티컬 트레이서(Tactical Tracer) RGB 등을 선보인 것. 입문형인 스포츠, 중급인 택티컬, 최상위 라인업인 엘리트 등 3가지 제품군을 운용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신제품을 통해 게이밍 메모리 시장에 진출한 여러 브랜드들과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새로운 제품은 어떤 특징을 품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게이밍 메모리 브랜드 전략이 어떠한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 타이페이 현지에서 라이언 제이콥슨(Ryan Jacobson) 마이크론 디램(DRAM) 프로젝트 및 프로그램 매니저를 만났다.
새로운 발리스틱스 메모리, 에이수스와의 협업으로 완성
에이수스 터프 연합(TUF Alliance) 참여사들이 개발한 부품으로 구성된 PC 시스템의 내부.(출처=IT동아)
때문에 터프 연합에 참여해 관련 제품을 내놓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터프 연합은 에이수스가 제안한 브랜드로 내구성과 성능, 디자인 등 다방면에서 PC 사용자의 신뢰를 주기 위한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에이수스는 물론이고 쿨러마스터(Cooler Master), 딥쿨(Deepcool), 안텍(Antec), 커세어(Corsair), 실버스톤(Silverstone)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메모리 브랜드로는 마이크론이 커세어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터프 연합 라인업에 맞춰 높은 호환성 외에도 에이수스와 협업해 방열판(히트 스프레더)도 개발했다. 라이언 제이콥슨 매니저는 이 메모리에 물리적 내구성은 물론이고 랩 히트 스프레더(Wrap Heat Spreader) 설계를 통해 장착 단계에서 방열판이 빠지지 않도록 했다고. 이 부분은 기존과 달리 새로 적용한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에이수스와 협업은 의외로 단순했다. 하나는 PC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자신만의 PC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며, 다른 하나는 더 빠른 속도와 가치를 제공해 주기 위함이란다.
마이크론 발리스틱스 DDR4 메모리 라인업.(출처=IT동아)
새로운 발리스틱스 라인업은 최대 3,000메가전송(MT – Megatransfers)을 지원한다. PC4-24000(DDR4-3000) 규격 상으로 보면 초당 24GB를 주고 받는 수준이다. 다른 메모리 제조사들은 오래 전부터 해당 속도를 내는 제품들을 선보여 왔다. 그런 점으로 봤을 때 늦은 것은 사실. 하지만 라이언 제이콥슨 매니저는 안정성이나 호환성 등에서는 분명히 자신 있다고 말한다.
마이크론은 SSD 브랜드인 크루셜에서 가격대 성능비를 늘 강조해 왔다. 발리스틱스도 마찬가지다. 신제품(발리스틱스 스포츠 AT)은 고속 작동이 가능하지만 가격은 스포츠 라인업과 비슷하게 책정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국내 출시가 이뤄져야 알 수 있겠지만 기대감을 주는 부분이다. 아쉽게도 주목 받고 있는 LED는 당장 보기 어렵고 당분간 택티컬 라인업에서만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메모리는 전반적인 성능에 영향을 준다
"어디까지나 제 입장입니다만 일반 PC는 물론 게이밍 환경에서는 호환성과 함께 속도도 중요하죠. 흔히 프레임(게임 내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이걸 자연스레 유지하려면 좋은 메모리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데이터를 읽어오는 시간도 줄일 수 있어요. 로딩 같은 것 말이죠."
그는 오버클럭을 할 때에도 당연히 고성능 메모리가 유리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일부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도 존재하지만 가급적이면 처음부터 안정적인 성능을 구현하는 고성능 메모리가 낫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도 무조건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마이크론은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스포츠, 택틱스, 엘리트 등으로 세분화한 것이라고.
라이언 제이콥슨 마이크론 디램 프로젝트 및 프로그램 매니저.(출처=IT동아)
조금 더 덧붙여 메모리 용량 구성 시, 메인보드 슬롯을 가득 채우는 것이 나은지 혹은 다 채우지 않고 용량을 동일하게 구성하는 것이 나은지를 물었다. 예로 메모리 슬롯이 4개라면 32GB 구성을 위해 8GB x 4를 할지 혹은 16GB x 2를 할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함이다.
라이언 제이콥슨 매니저는 "나라면 다 채울 것"이라고 의외의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을 듣고는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다 채워져 있는게 보기 좋다"고 말했기 때문. 아마 일부 PC 사용자들은 메모리 슬롯이 비어 있는 모습을 보기 싫어 다 채우는 경우가 많다. 그도 결국 같은 사람이었다.
"메모리 구성은 메인보드 성능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게임만 하면 16GB로도 충분하겠지만 영상 편집같은 작업을 하면 그것도 모자라지요. 그리고 이건 엔지니어링 부분이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가 곤란합니다만 인텔과 AMD 프로세서 구조에 따라서도 성능이 달라집니다. 통신하는 방법이 서로 달라요. 라이젠은 성능을 고려한다면 8GB x 2 구성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응? 갑자기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인텔과 AMD 프로세서가 통신하는 방법이 다르다니. 이 부분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고 싶었지만 엔지니어링 관련 부분은 언급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간단한 내용은 이러하다. 내부 메모리 컨트롤러가 메모리에 접근하는 구조가 일부 다르기 때문에 메모리 구성에 따른 성능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완벽한 커스터마이징 되는 제품 선보이는게 목표
"PC 게임 인기와 모바일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것은 우리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생각은 있지만 아직 상세한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안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이 외에도 더 세부적인 개조가 가능한 메모리 혹은 초고성능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 개발 관련 계획이 있는지 여부도 물었다. 그는 "완벽한 개조(커스터마이징)가 가능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현재로써는 택티컬 트레이서가 가장 적합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리스틱스 택티컬 트레이서 RGB 메모리는 상단에 LED 바 고정 홈이 있다. 이 부품은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만들 수 있다면).(출처=IT동아)
택티컬 트레이서는 최근 출시한 발리스틱스 중급 메모리 라인업으로 상단에 LED를 얹어 화려한 튜닝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메모리 위에는 LED 빛을 부드럽게 퍼뜨리는 반투명 막대가 장착되는데 이 부품은 사용자가 임의로 3D 프린터를 활용해 만들 수 있다. 기본 파일은 마이크론 홈페이지 내에서 제공,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다. 3D 설계는 어렵겠지만.
"이제 발리스틱스가 출범 2년이 되었습니다. 내부에서 가장 큰 변화는 커스터마이징 지원에 있습니다. 이는 나만의 개성 넘치는 PC를 만들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론이 거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 가장 큰 변화라고 말하고 싶네요."
라이언 제이콥슨 마이크론 디램 프로젝트 및 프로그램 매니저.(출처=IT동아)
소비자 시장용 메모리 브랜드 역사는 짧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마이크론 발리스틱스. 현재 메모리 가격이 높은 상황이지만 언제든 제품을 쉽게 구매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도 다양한 신제품들로 국내외 PC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