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불길이 치솟았어요. 큰 사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북 군산시 장미동 유흥주점 화재 당시 근처에 있던 임모 씨(69·군산시 경암동)는 처음 불이 나던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화재가 난 주점은 임 씨도 지인들과 가끔 이용하던 곳이었다.
그는 곧바로 주점 옆 비상구로 향했다. 비상구 문을 밖에서 열고 내부 쪽문을 열었다. 뒤이어 달려온 주민들과 함께 손님 7명을 밖으로 끌어냈다. 그사이 정문을 통해 간신히 빠져나온 손님들은 호흡 곤란으로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시내버스 한 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군산우성여객 소속 16번 버스였다. 버스 운전사 이혜성 씨(60)는 운행 중 위급한 환자가 있다는 교통경찰의 말을 듣고 승객에게 양해를 구한 뒤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 등을 태우고 군산의료원으로 향했다. 군산의료원 관계자는 “대형 버스가 갑자기 병원에 들어오더니 응급실 앞에 부상자들을 내려놓고 곧바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현장 주민들과 버스 덕분에 그나마 인명피해를 줄인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화재 당시 비상구로 통하는 주점 내부 통로에 양동이와 박스, 청소기 등이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구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일부 주장이 있었지만 목격자인 임 씨 등은 18일 “비상구를 여는데 지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참사의 원인은 사소한 술값 시비였다. 군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모 씨(55·선원)는 사고 전날인 16일 오후 3시 주점을 찾아 밀린 외상값 20만 원을 지불했다. 17일 오후 2시 다시 주점을 찾은 이 씨는 여주인(56)에게 “10만 원이면 되는데 왜 20만 원을 받았냐. 불을 질러 버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8시경 그는 군산내항에서 선박용 기름 한 통을 들고 와 오후 9시 53분 주점 출입구에 던지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경찰은 방화치사 혐의로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군산=김광오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