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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파주-연천-고성’… “투자前 3대 공적장부 확인을”

입력 | 2018-06-19 03:00:00

신한銀 ‘접경지 현장답사’ 동행 르포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5일 강원 고성군 죽왕면의 한 토지 앞에서 ‘필드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고 센터장은 “남북관계 회복으로 접경지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직 참여정부 당시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무턱대고 투자해선 안 된다”고 했다. 고성=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남북관계가 풀리면 접경지 땅값이 크게 오를 거라고 해서 몇 주 전부터 접경지 땅을 보러 다니고 있어요.”(장복희 씨·59·서울 거주)

“지적도를 보면 주변 다른 땅과는 달리 네모반듯하게 구획 정리를 해놨지요? 이 경우 기획부동산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15일 강원 고성군 죽왕면 해안가. 휴전선이 지척인 이곳에서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가 주최한 ‘필드 아카데미’가 이틀째 열렸다. 필드 아카데미는 센터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부동산 현장 답사. 최근 매물로 나왔거나 거래된 땅을 직접 보면서 가치를 분석하고 투자 노하우를 알려준다. 이날 행사엔 현금 자산 10억 원 이상 고객 16명이 참석했다. 주제는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땅값이 들썩이고 있는 북한 인접 토지 투자 요령이었다.

접경지 토지 시장은 최근 “위성사진만 보고도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달아올라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4월 경기 파주 땅값은 전월 대비 1.77% 올랐다. 전국 토지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다. 경기 연천(1.01%)과 고성(0.73%) 등 다른 접경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참석자 중에는 매물로 나온 북한 인접 토지를 찾아 내륙은 물론이고 인천 강화도까지 돌고 온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필드 아카데미를 이끌고 있는 고 센터장은 “뭘 해도 돈 되는 땅일 것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며 주의사항부터 일러줬다. 접경지 토지 시장이 워낙 투기 바람을 많이 타는 곳인 탓에 기획부동산이 개발 불가능한 땅까지 그럴싸한 매물로 포장해 팔아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

성급한 투자가 낭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접경지 땅은 각종 규제에 얽혀 있어 개발이 쉽지 않다. 자연환경보전지역, 개발제한구역, 생태보존지구, 군사시설보호구역,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등으로 지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투자 목적에서 이런 땅을 샀다가는 되팔기 전까지 계속 묵혀두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행여 남북관계가 얼어붙을 경우에는 되팔기도 어려워진다.

남북 경협에 대비해 정부의 토지 보상이나 시세 차익을 노리겠다는 수요도 많지만 이 역시 위험하다. 고 센터장은 “접경 지역은 워낙 면적이 넓어 정부가 어디에 삽을 꽂을지 알기 어렵다. 정부 보상은 마치 로또 당첨과도 같다”고 했다. 남북 경협에서 중간 거점의 중요성이 줄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접경지를 개발하기보다는 바로 평양이나 개성, 문산 등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유혹은 여전하다.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최근 도로 개통 등으로 접경지 접근성이 좋아진 데다 관광 인프라가 꾸준히 늘면서 투자 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접경지 땅 투자 전에 토지이용계획확인서, 토지대장, 지적도 등 3대 공적장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지이용계획확인서는 개발제한구역 등 땅에 걸려 있는 각종 규제를 확인할 수 있다. 지적도는 현장에서 확인하기 힘든 땅의 정확한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로를 따라 길게 붙어있는 땅에는 건물을 짓기 힘들기 때문에 땅 모양을 잘 확인해야 한다. 토지대장에서는 지목이나 면적, 기준시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목 가운데에서는 전, 답, 임야, 과수원, 잡종지 등이 투자가치가 높은 편이다.

현장에서는 분묘(墳墓)나 등기된 건물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묘를 파내지 못하거나 해당 건물을 강제로 매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 문산읍의 태영공인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남북관계만 보고 매매한 땅 가운데 아직도 당시 가격을 회복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고성=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