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유니티호 서민수 선장 행여 사고날까 입출항때 초긴장… 환경규제 강화되며 검사도 깐깐
11일 오전 7시 11분, 독일 함부르크항으로 향하는 현대상선 유니티호 서민수 선장(사진)이 모든 선원은 각자 위치에서 입항을 준비하라는 지령을 보내자 브리지(조종실)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항구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선원들은 가장 예민하다. 항만 시설이나 정박한 다른 배와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함부르크항은 바다에서 강으로 접어들어서도 7시간 이상 항해를 해야 한다. 물길은 좁고 수면은 얕아 사고 위험이 많다.
한 시간여 뒤인 오전 8시 20분. 배가 터미널에 정박한 후 배에 줄을 거는 마무리 작업이 시작되고 나서야 서 선장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전날 운항 중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차례 호탕한 웃음을 보였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친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과 함께 미래 선박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은 인터넷 환경이다. 유니티호는 지난해 12월부터 TV용 위성을 활용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종전에 인마샛(Inmarsat)으로 불리는 통신위성을 사용했을 때보다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낮아졌다. 과거에는 위성을 통해 긴급한 전화와 팩스를 받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선내 일부 공간에서는 카카오톡 메시지 수신도 가능하다.
카카오톡 메시지 수신이 가능해도 가족 및 지인들과 오랜 기간 떨어져 있는 건 선원들이 견뎌야 하는 부분이다. 한 번 배를 타면 8개월 이상 배에 머무는 건 일상이다. 배에 타기 직전이나 배에 머물 때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 일도 종종 있다. 계속 배에서 지내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스스로 머리를 미는 선원도 많다. 선원 중에 까까머리 스타일이 많은 이유다.
배 안에 있으면 늘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외로운 생활을 버티는 원동력 역시 가족이다. 서 선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유니티호를 타고 있다. 다음 달 중순 부산에 들어가면 3개월의 꿀맛 같은 휴가가 기다리고 있다. 더 반가운 건 일곱 살과 다섯 살 아들들이다. 서 선장은 “아들들이 아빠 따라 선장이 되겠다고 한다. 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로테르담·함부르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