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15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설계수명 30년을 넘긴 뒤 2022년까지 운영을 연장하기로 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뒤집은 것이다. 신규 건설할 예정이던 원전 4기의 건설 중단도 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공식화한 ‘탈핵 시대’ 선언 1주년에 맞춰 정부의 탈(脫)원전 추진 의지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자는 대선 공약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탈원전 드라이브 1년 동안 부작용이 적지 않게 드러났다. 한때 90%를 넘었던 원전 평균 가동률은 올해 1∼5월 58.4%로 떨어졌다. 발전단가가 싼 원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비중을 늘리다 보니 한국전력은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정부는 임기 내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어렵게 키운 원전산업의 생태계 붕괴도 우려된다. 당장 신규 원전 4기를 짓지 않기로 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 3만 개가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요국이 원전 축소를 추진했으나 차츰 원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재평가하는 추세다. 일본이 2030년까지 원자력 비중 20% 이상 유지 방침을 밝혔고 미국은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원전 폐쇄 방침을 번복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대선 때 공약했던 ‘원전 단계적 축소’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원전을 줄이면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져 오히려 환경이 악화되는 모순 때문이다. 탈원전은 공짜가 아니다. 정부가 높은 지지를 선거로 확인한 지금이야말로 탈원전이 가져올 사회적 비용을 알리고 국민적 동의를 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