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테마파크 등 체험공간 속속
아난티호텔이 부산 기장군에 만든 테마 서점 ‘이터널 저니’. 주제별로 책을 진열하고 인문학 수업 등 문화 프로그램을 열어 지역 명물이 됐다. 아난티호텔 제공
아난티호텔은 올해 7월 경남 남해군 ‘아난티 남해’에 496m² 규모의 대형 서점 ‘이터널 저니’ 2호점을 연다. 책의 전면을 보여주는 진열 방법, ‘치유와 영감’이라는 주제로 꾸며진 서가 등으로 일반 서점과 차별화했다. 도서 검색대를 없애고 책장의 여백을 넓혀 고객들이 꼭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꺼내볼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책 외에도 가구, 리빙 아이템, 반려동물 용품 등 라이프스타일 아이템도 진열한다.
아난티호텔은 지난해 7월 부산 기장군 ‘아난티 코브’에 1653m² 규모의 이터널 저니 1호점을 열었다. 1호점의 반응이 좋아 2호점을 열게 됐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아난티 관계자는 “서점에서 저자 초청 북토크, 인문학 수업, 심야 책방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며 “호텔에 묵는 손님이 아니더라도 일부러 서점을 찾는 고객이 많아 지역의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오픈 당시부터 볼링장, 플레이스테이션 체험존 등 내국인 고객을 겨냥한 문화공간으로서의 호텔을 표방한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는 지난 1년간 120만 명이 방문했다. 호텔 관계자는 “관광 한파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 단위의 내국인 방문객을 겨냥한 콘텐츠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은 9월 중순경 실내 테마파크, 클럽 등의 문화 체험공간을 더 늘릴 예정이다.
이렇듯 호텔업계가 숙박 이외의 콘텐츠를 늘리고 있는 것은 한한령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자 주요 타깃을 내국인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22.7%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몰리던 시기에 인허가를 받은 호텔들이 잇달아 문을 열어 객실은 남아도는 상태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 등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국에서 1617개 숙박업체가 14만3416개의 객실을 운영 중이며 전년도 대비 업체 수는 6.1%, 객실은 12.3% 증가했다.
점점 커지는 국내 여행 수요도 내국인을 겨냥한 공간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여행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해외 관광객 유치에 치우쳐 있던 호텔업계가 국내 고객으로 시야를 넓힌 것”이라며 “관광수지 적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관광 시장을 고려하면 내국인 고객을 유치하려는 호텔들의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