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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의 전쟁史]무능한 자는 무능한 자를 찾는다

입력 | 2018-06-19 03:00:00


1950년 7월 죽미령, 미 24사단 34연대 소속의 중대원들이 고지로 접근하는 북한군을 조준하고 있었다. 민둥산이라 사계는 완벽했다. 일제사격 한 번이면 북한군 전체가 쓸려나갈 것 같았다. “사격!” 그러나 어째 총성이 시원치 않았다. 북한군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전투는 허무하게 끝났고 미군은 후퇴했다. 알고 보니 병사들이 소총 관리도 제대로 못해 총의 3분의 1이 격발 불능이었다.

8월 낙동강 전선. 어느 미 육군 중대가 도로 옆에 숙영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장교가 여긴 위험하니 산의 사면으로 올라가라고 충고했다. 중대장은 충고를 무시했고, 조금 후에 박격포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다. 한국전쟁에 처음 파견된 미군부대는 일본에서 빈둥거리며 살았다. 대대 단위의 기동훈련 한번 하지 않았다. 체력이 부족하고 다리에 힘이 없어서 한국의 가파른 산비탈을 기피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군은 장교 감축에 나섰다. 지휘경험, 전투경험이 없는 장교가 퇴출 1순위였다. 연줄이 있는 장교들은 지휘관 자리를 구걸했고, 그중 상당수가 일본으로 갔다. 세계에서 전투 경험이 제일 풍부한 군대가 미군인데, 한국전쟁 당시 사단장부터 중대장까지 지휘관 대다수가 전투 무경험자라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이외에도 일병도 이해하지 못할 기막힌 에피소드가 무수하다. 낙동강 전선이 붕괴 위기에 몰렸을 때 지휘관들의 무능에 기가 막혀 버린 미8군 사령관 월턴 워커 장군은 전선 시찰 중에 울음을 터뜨렸다. 한국전쟁 초기 천하의 미군이 북한군에게 무참한 망신을 당한 이유이다. 아무리 훌륭한 조직도 무능하고, 사명감 없고 아첨꾼으로 채워지면 하루아침에 모래성이 된다. 더 무서운 사실은 한번 이렇게 된 조직은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능한 자는 무능한 자를 찾고, 합세해서 유능한 자를 배척한다. 서로가 무능하니 무능의 섬이 되어 무능자와 유능자를 구분하지도 못하게 된다. 어찌 보면 그 덕에 기막힌 역전이 가능하고 세상이 순환되는지도 모르겠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