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19일 의혹 문건이 담겨 있는 법원행정처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대법원에 요청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사건을 재배당 받은 지 하루 만에 대법원에 하드디스크 제출을 요청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들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포함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직접 관련된 자료들 가운데 수사에 필요한 자료들을 제출해 줄 것을 법원에 서면으로 요청했다. 검찰이 확보하려는 하드디스크는 의혹 문건이 발견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PC에 있던 저장매체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법원행정처 PC에 몇 개의 키워드를 검색하는 방식으로 발견한 의혹 문건 410건 뿐만 아니라 이 사안과 관련된 모든 자료가 들어있는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범위를 한정해서는 진실을 규명할 수 없다”며 “하드디스크 자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 논란을 언급하며 “증거로 쓰일 것이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도 필요한데 (법원에서) 추출한 자료만 주게 되면 그 자료들이 언제 생성됐는지, 변동됐는지 하는 부분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한 만큼 실물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각의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를 의식한 듯 “관련자 참관 하에 필요한 자료를 추출하고 인권침해나 불필요한 정보가 수사기관에 넘어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이번 자료 제출 요청은 임의제출 형식이다. 임의제출은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에 따라 수색을 통해 증거물을 압수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 대상자 측이 수사기관이 요구한 증거물을 스스로 내는 것이다. 검찰의 요청을 받은 법원 측은 제출 여부를 고심 중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특조단이 법원행정처 개별 판사들에게 PC 조사 동의를 받은 건 법원 내부 조사 차원일 뿐 검찰 조사를 상정해서 동의를 받은 건 아니므로 법적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관련 자료를 모두 확보해 조사한 뒤 고발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피고발인 조사에 대해선 “현재는 (조사)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통상적으로 수사 대상자가 있더라도 처음부터 부르지 않는다.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지만 일반적인 수사 방식과 절차를 따를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는 20건의 고발사건이 접수돼 있다. 대부분 시민단체 등이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비밀침해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