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제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3월 말 베이징, 5월 초 다롄 방문에 이은 세 번째 방중이다. 과거 김정은이 방중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야 소식을 전하던 중국 매체들은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전용기가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1박 2일 방중을 타전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국제 정세 변화에도 북-중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중은 한미가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직후에 이뤄졌다.
김정은의 방중은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통한 후속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이뤄졌다. 각각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와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기 직전에 이뤄진 1, 2차 방중 때와 똑같다. 진전 상황을 시 주석에게 보고하고 후속 협상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雙中斷)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북핵 해법으로 주장해왔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이런 중국식 해법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진짜 승자는 중국’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중국은 최근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 없이 제재 해제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이미 중국은 대북제재 공조전선에서 사실상 이탈하는 형국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북 ‘최대의 압박’ 기조는 어느덧 흐물흐물해졌다. 청와대는 어제 한미 UFG 연습의 중단과 함께 우리 정부 차원의 민관군 비상대비훈련인 을지훈련의 중단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아직 북한이 연합훈련 중단에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를 취한 게 전혀 없는데도 대북 유화조치부터 거론한 격이다. 이런 조치들은 앞으로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한번 느슨해진 기조를 다시 조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아가 이런 분위기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대전제마저 흐릿해질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