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풀 때 실수 많은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집중을 잘 못 하는 아이들은 생각을 계속 이어서 진행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부주의하기까지 하면 듣고 보는 과정에서 정보를 빠뜨리거나 바꾸어 버리거나 헛듣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평소에 꾸준히 훈련을 시켜야 한다.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네가 또 그럴 줄 알았다.” “만날 아는 문제를 틀려 오니?” 식으로 말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아이는 그 말을 듣고 ‘다음부터는 집중해서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난하는 것 같아 기분만 나쁘다.
그보다는 “이건 분명히 알고 있는 문제인데 틀렸구나. 이 문제를 맞혀서 점수를 더 받으라는 말은 아니야. 모르는 문제였다면 틀릴 수도 있지. 하지만 아는 문제인데 잘못 읽어서 틀리는 실수를 자꾸 하면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자주 실수를 하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될 수 있거든. 그러니 지금부터 문제를 정확하게 읽는 연습을 하자”라고 좋게 말해준다. 수학은 부호와 기호의 약속이다. 부호와 기호를 정확하게 읽고 사용하는 것은, 아이에게 약속된 규칙을 지키는 연습이라는 이야기도 해준다.
이런 아이들은 문제를 읽을 때 한 줄씩 정확하게 읽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백지나 기타 가림판을 이용하여 아랫줄을 가려 가면서 읽는 연습을 시킨다. 또는 손가락으로 한 자씩 짚어가면서 읽거나 연필로 글자를 따라가면서 읽게 할 수도 있다. 글을 읽을 때 시각적인 주의 분산을 줄여 혼선을 방지할 수 있다. 암산도 되도록 하지 않도록 한다. 직접 풀어보지 않고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하면 실수가 훨씬 많이 발생한다.
이 말을 혼내거나 윽박지르지 말고, 차분하고 친절하게 해야 한다. 더불어 빨리 답을 맞히는 것보다 정확하게 셈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꼭 강조한다. 이런 아이들은 보통 연필을 잡고 쓰는 것을 매우 귀찮아하므로, 공부를 할 때는 언제나 쓸 수 있게 한 손에 연필을 꼭 쥐고 있도록 한다. 습관이 돼야 덜 귀찮아한다. 그리고 문제를 풀 때는 답만 구하게 되어 있는 것도 과정까지 적어 보라고 한다.
실수가 잦은 아이는 과제를 줄 때 많은 양을 한꺼번에 주기보다는 여러 번에 걸쳐서 나눠 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 왔을 때는 그때까지 걸린 시간을 체크한 후 “네가 아까 정확히 했더라면 이 시간만큼 놀 수 있었을 텐데…”라며 다시 문제를 푸느라고 허비한 시간을 알게 해준다. 대충 했던 것과 다시 제대로 풀어 온 것을 비교해서 아이 스스로 오류를 찾아 수정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다. 아이가 정확히 풀어서 빨리 끝냈을 때는, 절대 더 시키려 하지 말고 쉴 수 있는 시간을 확실히 준다.
아이와 함께 자주 하는 실수를 규칙으로 정해 문제를 풀기 전 혹은 시험을 보기 전, 한 번씩 되뇌게 하는 것도 실수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자면 문제는 끝까지 정확하게 읽는다, 암산은 절대 하지 않는다, 옮겨 적을 때는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옮겨 적는다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습관은 이미 경험해서 알겠지만 한두 번으로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좋아지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주의력과 관련된 행동이나 습관들은, 많은 경우가 뇌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못을 교정한다는 생각보다는 뇌를 발달시키는 과정이라는 마음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지도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