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32명 모여 인적쇄신 논의, “친박 핵심 모인다” 메모 공개 “박근혜 정부 장관 출신 불출마” 요구에 “자기 살려는 몸부림” 반발하기도 김성태 “중앙당 축소” 한 발 물러서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이 지방선거 참패 후 당의 혁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9일 국회에 모여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보수정당의 위기를 몰고 온 결정적 계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인 만큼 당시 내각 출신 의원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열린 초선 의원 모임에서도 ‘장관급 불출마론’이 제기돼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을 지낸 의원은 이주영 유기준 최경환 정종섭 윤상직 추경호 의원 등 6명이다.
○ 친박 장관들의 엇갈리는 목소리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이 지방선거 참패 후 당의 혁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9일 국회에 모여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하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특정인을 지목해 몰아내는 식의 인적 쇄신은 옳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추경호 의원은 “인적 쇄신 문제를 산발적으로 얘기를 꺼냈다간 서로 손가락질하는 모습으로만 비치고 감정다툼이 되기 쉽다. 장관급 퇴진론 등을 포함해 인적 쇄신의 명분과 논리를 잘 구성해 진정성 있게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정부 장관을 지낸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의리 없는 집단들이 정치를 하면 누가 남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책임론을 거명한 사람조차도 박근혜 체제에서 공천을 받은 사람 아니냐. 자기 살려는 몸부림”이라고 일축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수감 중이다. 그는 아직 동료 의원들이나 측근들에게 불출마 의사를 포함한 향후 정치 일정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침묵하던 초선’들도 목소리 내기 시작
당내 전체 초선 41명 중 32명은 3시간여의 토론 끝에 차후 구성될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당 개혁을 위해 초·재선을 많이 포함하도록 지도부에 요구하기로 결론 내렸다. 당 혁신 작업 과정의 전반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내놓은 중앙당 해체 등 쇄신안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김 대행은 “중앙당 해체라고 이야기했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중앙당을 새로 설립하는 것”이라며 “사무실이나 인력이나 중앙당 규모를 10분의 1 정도로 축소해서 원내정당으로 가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 대행은 이날 오후 초선 의원들의 2차 회동에도 참석한 뒤, “제 모든 직을 걸고 사심 없이 (당을) 수습하고 (쇄신)기구를 만들겠다”며 조만간 의원총회를 소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초선 의원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이 휴대전화에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등등 박명재,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라고 적은 메모를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해묵은 친박-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홍정수 hong@donga.com·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