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불안감 한-일, 왜 결과 달랐나
한국과 일본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비슷한 악조건 속에서 출발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감독이 경질됐고 잇단 부진으로 팬들의 비난과 마주쳤다. 하지만 처방은 달랐다.
○ 한국보다 더 상황이 나빴던 일본
하지만 일본의 상황이 좀 더 심각했다. 일본 신임 감독은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무리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일본은 감독과 선수 간의 불화가 심한 상태였다. 감독 교체라는 극약처방을 내려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던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일본의 감독 경질을 불러온 건 한국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한국이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일본을 4-1로 대파하면서 할릴호지치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후 일본은 말리와 무승부를 기록하고 우크라이나에 1-2로 패하는 등 부진을 이어가자 감독 경질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 7월 부임한 신태용 감독은 11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이란과 우크라이나에 잇달아 비기긴 했지만 한국을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월드컵 본선 스웨덴전과 그동안의 비공개 친선 경기까지 포함한 신 감독의 전적은 19전 6승 6무 7패다.
○ 계속되는 실험 vs 익숙함으로의 복귀
반면 신 감독은 실험을 계속했다. 중앙 수비수 조합과 공격 조합을 계속 바꿨다. 이 과정에서 스리백과 포백을 번갈아 가며 사용했다. 공격 조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이 계속되면서 선수들은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니시노 감독이 부임한 뒤에도 일본은 연패를 계속했다. 출정식을 겸한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2로 졌고 이어 스위스에도 0-2로 패했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빨리 확정했다. 가나전에서 3-4-2-1을 들고나왔던 일본은 6월 9일 스위스 평가전에서 패했지만 이때 사용한 4-2-3-1을 파라과이전에서도 계속 썼고 4-2로 역전승했다. 일본은 월드컵 본선 콜롬비아전에서도 이를 그대로 사용했고 승리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사용할 전략을 평가전에서 그대로 실험해본 셈이다. 각각 스위스전과 파라과이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가가와 신지와 혼다 게이스케는 콜롬비아전에서 나란히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스웨덴전에서 4-3-3을 내세웠다. 그동안 실전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전술이다. 비공개 훈련에서 연마한 히든카드였다. 상대의 의표를 찌르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손흥민-김신욱-황희찬으로 이어지는 스리톱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 한국 특유 색깔을 연마하라
신 감독의 실험을 무조건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실험은 도전 정신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은 실험을 너무 길게 하며 익숙한 장점을 연마할 시간을 놓쳤다. 한국 특유의 색깔을 지닌 장점을 빨리 찾지 못한 것과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갈고닦을 시간을 갖지 못한 점이 문제였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