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년 작가들]<9>‘25살差 결혼’ 시인 박연준
‘시인은 어떤 사람인가’란 질문에 박연준 씨는 “시인은 악기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감지하는 악기”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글만 쓰고 싶다는 열망은 일터가 각박해서 그랬으리라고 여긴다는 그이다. 제대로 월급 받고 때맞춰 승진했더라면 안 그랬을지도 모른단다. 2년에 한 권꼴로 책을 냈고 시집과 산문집 7권을 쌓아올렸다.
25년이라는 나이 차를 건너 시인이자 소설가인 장석주 씨(63)와 결혼한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박연준 씨는 ‘섬세한 언어를 통해 뿜어 나오는 발랄한 에로티시즘의 미학’(평론가 조재룡)이라는 평과 함께 주목받아온 시인이다.
어렸을 적 엄격한 고모가 한글을 깨치게 하려고 동시 외기, 동화 베껴 쓰기 같은 과제를 내준 덕분에 박연준 씨는 문학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했다. 장래희망은 라디오 DJ였지만 뭔가를 늘 끼적이는 게 일상인 학생이었다. 감히 시인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시 쓰기가 얼마나 좋았던지, 시를 완성했을 때의 감정은 “곳간이 가득 채워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20세기에 문학 한다고 하면 낭만을 떠올렸을 텐데, 지금은 다들 생계형이에요. 선배 작가들은 단체나 동인 같은 네트워크로 연루돼 있었지만, 21세기는 개인적인 섬이지요. 문인은 직업이 될 수 없어요.” 사무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 청춘을 보낸 그가 젊은 문인들이 겪는 현실을 토로할 때 얼굴은 어두워졌다.
지난 세기와의 차이가 또 하나 있다고 했다. ‘움직임’과 ‘기다림’이 없어졌다.
“지인이 오늘 낮에 뭘 먹었는지, 버스는 언제쯤 오는지 뭐든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요! 20세기엔 보고 싶은 걸 찾아서 봤는데 지금은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보이는 걸 봅니다. 손 안에 세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스마트폰만 한 세계를 갖고 있는 거죠.”
시인은 스마트폰이 상징하는 ‘속도’의 반대편에 문학이 있다고 봤다.
“이 빠르고 효율적인 세상에서 문학은 삶의 발목을 잡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데 분주한 사람들을 세워서 당신의 내면은 괜찮으냐고 묻지요. ‘누가’ ‘언제’ ‘어디서’보다 ‘무엇을’ ‘어떻게’ ‘왜’에 주목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