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60km내” 장성급회담서 제안… 서울 위협 장사정포 감시 구멍 우려 北, 긴장완화 명분 집중요구 가능성
북한이 14일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우리 군 당국에 “군사분계선(MDL) 양측 60km 이내에서는 정찰기 비행 등 상대방에 대한 정찰활동을 하지 말자”고 제안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MDL 양측 40km 내에선 전투기 등 한미 및 북측 군용기를 비행시키지 말자”는 제안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시키는 데 성공한 데 이어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명분하에 한미 연합군의 대북 감시망은 물론이고 한반도 유사시 가장 빠르게 대북 공습에 나설 한미 공중 전력의 대비 태세까지 약화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회담 당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이 같은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급 회담이 10년여 만에 이뤄진 만큼 양측이 서로의 요구 사항을 듣고 분위기를 살피는 데 주력해 북측 제안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이 같은 제안을 통해 북한이 한미 첨단 정찰기의 MDL 인근 활동을 대표적인 적대행위로 규정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미군이 운용하는 글로벌호크, U-2 등의 정찰기는 MDL을 넘지 않고도 MDL 북측 수백 km 지점의 북한군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 감시할 수 있다. 북한은 이어질 군사회담에서 이 문제를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한미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집중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4일 회담에서 자신들도 MDL 북측 60km 내에선 정찰에 나서지 않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MDL 북측에서도 남한을 집중 감시할 수 있는 작전능력을 갖춘 정찰기 등 정찰자산이 없다. 북한이 수시로 소형 무인기를 MDL을 넘어 남측으로 내려보내며 대남 정찰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MDL 인접 작전을 수행할 최신예 전투기도 없다. 북한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는 셈이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