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림 청년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 운영
그저 시골 노인들은 뭘 몰라서 그렇다고 타박을 하기는 이르다. 나도 막상 시골에 살아 보니 도시보다 쓰레기차가 훨씬 적게 다니고, 집에서 배출 장소까지 꽤나 멀다. 그리고 놀랍게도 시골 어르신들은 쓰레기봉투를 사서 써야 한다는 걸 여전히 매우 이상한 일로 여기는 듯하다. 주변에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마당도 넓으니 두어 걸음 앞 공터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인 것이다.
더 안타까운 일은 가끔씩 밭 근처에 출처를 알 수 없는 길고 검은 비닐이 나무에 걸려 휘날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바로 밭에서 사용하고 남은 멀칭비닐이다. 멀칭비닐은 잡초를 방지하고 농작물의 싹이 쉽게 나올 수 있도록 덮어주는 농업용 비닐이다. 작은 텃밭이라도 가꾸어 본 사람이라면 밭에서 멀칭비닐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년 새롭게 깔아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확을 마치고 나면 그만큼의 폐기물이 생산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잘 걷어서 분리 배출을 하지만 밭 한쪽에 잘 둔다는 것이 바람에 날려 나무에서 휘날리기도 하는 것이다.
생활폐기물로 나오는 비닐도, 밭에서 사용하는 비닐도 모두 썩는 비닐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10여 년 전부터 개발을 진행해 왔던 썩는 비닐은 인열강도 등이 약한 단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많이 보완하여 일반 비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만약 멀칭비닐을 걷어내지 않아도 된다면 농부의 고생도 많이 덜 수 있을 것이다. 수확을 마치고 다음번 농사를 위해 밭을 갈 때 멀칭비닐도 함께 갈아서 사용할 수 있다면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의 언제나 장을 볼 때는 에코백을 사용하고, 플라스틱 용기를 차에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장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쏟아져 나오는 비닐 쓰레기를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환경에는 부담이 덜 되는 비닐이었으면 좋겠다. 또한 쓰레기는 태우면 안 되지만 혹시 모르고 태우는 어르신이 있더라도 유독가스를 마시지 않을 수 있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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